서울에 등록된 화물차 수가 1년 새 1만 대 넘게 감소했다. 음식업·배달업 등 생계를 책임지는 화물차 수 감소 폭이 갑자기 확대된 배경을 두고 경제가 나날이 악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생계형 차량까지 내다 팔거나 수도권 등지로 떠밀려나는 상황에까지 몰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등록 자동차가 319만 1162대로 전년 대비 0.07% 감소했다고 밝혔다. 전국 자동차 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1.75%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로 전국 시도 중에서 등록이 감소한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서울시의 인구 대비 자동차 수는 2.94명당 자동차 1대로 전국 평균(1.98명당 1대)보다 크게 낮았다.
서울시의 전체 등록 자동차 대수는 줄었으나 차종별로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승합차(-5.22%), 화물차(-3.13%)는 1년 새 감소한 반면 특수차(5.16%), 승용차(0.45%)는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서민들의 생계형 차량으로 활용되는 화물차가 1년 만에 32만 2706대에서 31만 2590대로 1만 116대 급감한 점이다. 이는 2020년(32만 9943대), 2021년(32만 6425대), 2022년(32만 2706대) 등 코로나19로 자영업이 줄폐업하던 당시 화물차 연간 감소 폭 대비 3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를 두고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자영업 충격이 화물차 등록 급감으로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잠잠하던 서울 집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고 대출금리가 고공 행진하는 등 소비 시장이 얼어붙어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생활밀접업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서울시 소상공인 폐업 점포 수는 1만 6547개로 전년 동기 대비 34.3%(4226개) 급증했다.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휴게음식점 인허가를 받은 푸드트럭 1099개 가운데 52%인 573개가 폐점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유차 위주인 화물차가 설자리를 잃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에 등록된 친환경 자동차는 전년 대비 23.33%(5만 4120대) 급증했다. 하이브리드차가 23.71% 늘어난 21만 대, 전기차가 22.94% 증가한 7만 2900대, 수소차는 9.13% 늘어난 3180대를 기록했다. 반면 경유차(-4만 8848대), LPG차(-1만 1732대), CNG차(-477대)는 각각 전년 대비 감소했다. 서울시와 환경부는 2025년까지 서울의 내연기관 배달이륜차와 노후 경유 택배화물차를 100% 전기차로 전환할 방침이다.
서울의 주차장 부지가 갈수록 부족해지면서 차체가 큰 화물차의 주차 공간이 부족해진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차용 대형 주차장이 개발 부지로 쓰이고 전기차 보급 확대로 충전 시설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주차가 어려워진 화물차들이 경기 등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제적 상황 때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주차장 확보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자동차 이용자 연령대가 갈수록 어려지면서 승용차 비중이 늘고 중년·고령자들이 실용적인 측면에서 사용했던 화물차 비중이 줄어든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연령대별 서울의 자동차 등록 수는 10대 이하와 20대가 각각 62.57%, 33.89% 급증한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연령대별로 최대 34%(90대 이상)의 감소 폭을 보였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교통정책과 산업 요인에 따라 자동차 수요 흐름도 함께 변화 양상을 띠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번 서울시 자동차 등록 현황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차 수요 관리 및 대중교통 교통 체계 수립에 활용하고 시민을 위한 교통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