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들이 폴란드와 진행 중인 최대 30조 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폴란드 정부는 2022년 8월 17조 원의 한국산 무기 구매 1차 계약을 맺은 데 이어 K9 자주포 460문, K2 전차 800대 등을 도입하는 2차 시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 측의 수출금융 지원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15조 원으로 규정돼 있는 법정 자본금 한도에 묶여 2차 계약 이행을 위한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동일인에 대한 수은의 대출 한도가 자기자본의 40%까지로 설정돼 2차 계약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1조 3600억 원에 불과하다.
K방산의 수출을 가로막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이 화급한데도 국회는 입법 작업을 방치하고 있다. 국가 간 무기 거래는 규모가 크고 장기간 거래 방식으로 진행돼 판매 국가의 금융 지원이 필수적이다. 현재 수은의 자본금 한도를 25조~35조 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여야는 정쟁에 매몰돼 상임위원회 심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15일 개막한 새 임시국회에서도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2차 수출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급기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해 말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정부에서 제공하기로 했던 융자금 제공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계약 조건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만약 30조 원의 무기 수출이 무산된다면 폴란드를 발판으로 유럽과 중동의 방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K방산 기업들은 무기 성능 대비 가격경쟁력 등을 내세워 지난해 수출 130억 달러를 넘어서는 쾌거를 이뤄냈다. 정부는 방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 2027년까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방산이 반도체와 2차전지에 이어 또 다른 ‘신수종 수출 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여야는 수은의 법정 자본금 확충 등 무기 수출에 대한 금융 지원을 늘리기 위한 입법을 서두를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국익을 위한 입법마저 지연시킨다면 직무 유기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