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사원인 직장인 A 씨는 회사 동료들로부터 여러 개의 홍삼 제품을 선물받았다. 홍삼을 먹을 수 없는 체질 때문에 포장을 뜯지 않고 보관하다가 한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를 위해 글을 올렸으나 중고 거래 금지 품목이라는 이유로 플랫폼 운영사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처럼 막혀 있던 홍삼·비타민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소규모 재판매가 앞으로 허용된다. 2003년 건강기능식품 제도를 규정한 건강기능식품법이 시행된 지 20년 만이다. 그동안 개인 간 거래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제 규정이 없었음에도 사실상 금지돼왔다.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고가 필요한 영업’으로 해석했던 탓이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16일 회의를 열고 건기식의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약처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식품 안전과 유통 질서가 보장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올해 1분기 내에 대안을 마련하고 시범 사업을 실시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개인 간 재판매 과정에서 제품 안전성 침해를 우려했으나 이번 권고에 따라 우려 해소를 위해 연간 거래 횟수 및 금액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시범 사업을 실시해 소비자 안전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범 사업은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19년 2조 9508억 원에서 2023년 6조 2022억 원으로 2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유통 채널별 판매 금액 비중은 지난해 기준 인터넷몰(온라인)이 가장 큰 67.9%로 추산됐고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건기식 시장 규모 및 온라인 거래 확대 추세 속에서 건기식의 개인 간 재판매를 금지하는 현행 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고 세계 기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이에 규제심판부는 영업을 영리 목적으로 동종의 행위를 계속·반복적으로 하는 것으로 판단한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해 현행 규제는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규제로 봤다.
또한 현행법을 근거로 신고 없는 개인 간 재판매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처벌 대상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처벌로 국민 권익 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상당수 건기식 제품이 상온 보관 및 유통이 가능하고 온라인 판매 비중이 60%를 넘어서 개인 간 재판매 허용에 따른 안전 위해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과 같은 해외 주요국에서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감안했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은 “규제를 전면 해소할 경우 시장 혼란의 우려가 커서 개인 간 소규모 거래만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이번 개선 권고를 계기로 소비자의 불편이 해소돼 건기식 시장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건기식은 일부 제품의 경우 복용 시 주의가 필요하며 보관 상태에 따른 품질 안전성, 불법 유통과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개인 간 건기식 재거래 허용은 잘못된 정보 전달로 인한 오남용 가능성이 커져 국민 건강에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식약처는 안전 관리, 유통 질서 체계의 관리 감독 책임 등을 신중하게 판단해서 정책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