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고객 맞춤형’ 한국어교육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기업들이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공급자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다.


아마존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의 최대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경쟁사를 이길 것인가’보다 ‘어떻게 하면 고객을 더욱 만족시킬까’라고 한다. 그의 고객 최우선 경영철학에 따라 아마존의 사업 계획은 시장분석과 전략 수립에서 출발하기보다 고객으로부터 받고 싶은 상상의 감사 편지 작성으로부터 시작한다. ‘고객 집착’으로까지 표현되는 아마존의 이런 고객 만족 서비스는 아마존을 주식 시가총액 세계 5위권에 올려놓았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비단 기업 경영에서만 중요한 것일까. 외국인 대상 한국어 교육에서도 그렇다고 본다. 사실 이미 교육계에서 주목해온 학습자 중심 교육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학습자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학습 만족도 실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학습자 고객은 무엇을 배우고 싶어 할까.


재작년 프랑스 거점 세종학당 개원식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의 축하 강연을 들으면서 만났던 학생들은 한류와 한국어가 좋아서 모인 취미반 학생들이었다. 영국 리치먼드 세종학당의 학생들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열혈 직장인 학생들이었다. 적어도 프랑스와 영국은 세종학당의 기본 교육과정이 제공하는 학습의 속도보다 ‘더 천천히 문화적인 즐거움을 만끽하면서’를 외친다.


반면 아세안의 요구는 달랐다. 지난해 6월 대한민국 대통령 앞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주목받은 베트남 거점 세종학당 출신의 록티홍프엉은 비즈니스 실무 중심 한국어 능력 덕분에 호찌민 삼성엔지니어링에 취업했다. 그러니 베트남 세종학당에서 한국어 수업의 인기가 높은 것도 이해된다.


아세안 세종학당 워크숍에 모인 세종학당 개설 대학 학과장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통·번역 한국어’와 ‘학문 목적 한국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수긍이 간다. 지난해 실시한 세종학당재단의 만족도 조사 결과는 학습자 고객의 관심사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미주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와 유럽 권역에는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를 호기심으로 배우는 학습자가 많았지만 아시아 권역은 한국 유학 목적의 학습자 비율이 높았다. 이런 다양한 학습 수요에 맞춰 차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 현지 세종학당은 높은 만족도로 최우수 세종학당으로 선정됐다.


그러니 천편일률적인 교육 내용으로 이 고객들을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 고객 중심의 가치는 이제 한국어 교육에서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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