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법리스크가 되레 결집효과…'바이든과 리턴매치' 3월 확정할듯

■공화당 첫 경선부터 압승
디샌티스·헤일리 가볍게 제쳐
당내 중도층 빠르게 흡수 전망
민주 사우스캐롤라이나 첫 경선
바이든, 지지율 끌어올리기 총력

15일(현지 시간) 공화당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위가 확실시되자 한 지지자가 개표 상황을 단체로 관람하는 행사 도중 깃발을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와 북한을 생각해보세요. 한국에서 온 당신도 도널드 트럼프가 있었을 때가 더 안전했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15일(현지 시간)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 코커스(당원대회) 선거구 중 한 곳인 그랜드뷰대에서 기자와 만난 매슈(27) 씨는 투표가 시작되자 하얀 용지에 ‘도널드 트럼프’라는 이름을 꾹꾹 눌러 쓰고는 스마트폰으로 재차 인증샷을 찍었다. 그는 “코커스에서 트럼프가 50% 이상 득표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면서도 “그는 강한 후보다. 결국은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두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재선 실패 후 91개 범죄 혐의로 네 번이나 기소되는 오명을 쓴 전직 대통령이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도 각각 20% 안팎으로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화당 결국 ‘트럼프’로 결집할 듯=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본선 경쟁력이 확인되면서 공화당은 빠르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득표율 50%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며 이 선이 무너진 이상 당내 반(反)트럼프 목소리가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력 공화당 정치인들의 트럼프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선거 자금도 트럼프 캠프를 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한 후 대선에 다시 도전하기까지 수많은 악재를 맞닥뜨렸다. 2021년 1·6 폭동과 관련해 그의 책임을 묻는 탄핵이 퇴임 직전 하원에서 통과됐고 이후 이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과 메인주 정부는 반란에 가담한 공직자들의 공직을 금지한 헌법 규정을 근거로 해당 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법 리스크’가 되레 지지층을 결집했다는 게 미 언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기소를 바이든 정부에 의한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면서 당내 표심을 자극했고 결국 압도적인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이르면 3월 대선 후보로 확정=트럼프 캠프는 아이오와주에서 과반 득표로 압승해 3월 안에 일찌감치 대선 후보를 확정 짓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공화당은 각 주별 코커스,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치른 뒤 7월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를 확정한다. 이 중 14개 주에서 경선을 진행하는 3월 5일 ‘슈퍼 화요일’이 중대 분수령으로, 아이오와에서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계속 대승할 경우 대선 후보는 조기에 확정된다.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이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에서 전국적으로 64.1%의 지지율을 얻어 헤일리 전 대사(11.3%), 디샌티스 주지사(11%) 등을 5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이 50% 안팎이었던 아이오와에서도 대승한 만큼 나머지 주 경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마틴 루서 킹의 날을 맞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 구호 단체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세 등등 트럼프, 초조한 바이든=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바이든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도 자연스럽게 확정된다.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부터 경선을 시작하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경쟁할 만한 후보는 출마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승부에 주력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할 처지다.


전날 미 ABC 방송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이달 4~8일 진행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3%로 지난해 9월 같은 조사(37%)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ABC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물론 2006~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어떤 대통령보다 낮은 지지율”이라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CBS 뉴스와 유고브의 최신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디샌티스·헤일리 등 공화당 주요 후보 3명 중 누구와 붙어도 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따라 민주당의 첫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지지층 결집과 더불어 지지율 회복의 발판을 마련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흑인 유권자가 많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초반의 부진을 딛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게 한 지역이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그를 다시 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민주당 경선으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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