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헌법 ‘제1 적대국’ 명기, ‘전쟁 위협’ 남남분열 전술 경계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헌법 개정을 지시하며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 교양 사업을 강화한다는 것을 해당 조문에 명기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헌법에 반영하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를 지시하고 이달 초에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규정하더니 갈수록 말 폭탄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헌법에 ‘불변의 주적’ 명시를 지시하면서 ‘전쟁’ 운운한 것은 4·10 총선을 앞두고 남남 분열을 노린 고도의 전술이다. ‘대북 유화 정책을 펴지 않을 경우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선동으로 불안을 조장해 대한민국의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16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대한민국을 균열시키기 위한 정치 도발 행위”라고 규정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일 윤 대통령을 폄훼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듯한 신년 담화를 통해 남남 이간질을 노골화했다. 북한은 이와 함께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으로 무력 도발 수위를 높이며 우리의 총선 판세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중국이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전쟁으로 위협하며 개입했다가 되레 역풍을 맞아 반중(反中) 후보의 당선을 도운 결과만 자초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의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협박을 이겨낸 대만처럼 북한의 남남 분열 선동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내년 초 남한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국가정보원 첩보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총선을 노린 북한의 겁박은 이제 도를 넘고 있다.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민 안전을 수호하려면 여야가 외교 안보 문제에서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일관된 대북 원칙을 유지해야 북한의 도발을 막고 평화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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