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저비용 항공사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인수 저지…"독과점 심화"

법원, 소송 제기한 법무부 손 들어줘
미국 내 5위 항공사 탄생 무산되나
제트블루·스피릿 "받아들일 수 없어"

제트블루의 항공기가 2017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계류장에 세워져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저비용 항공사인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인수·합병이 법원에 의해 막혔다. 법원은 두 항공사의 결합이 안 그래도 심한 항공 업계의 독과점을 더 심화시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윌리엄 영 매사추세츠 연방법원 판사는 미국 법무부가 두 항공사의 결합을 저지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규모 기준으로 미국 6위 항공사인 제트블루가 7위인 스피릿항공 인수를 추진하자, 법무부는 지난해 3월 경쟁이 줄고 항공료가 인상돼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영 판사는 "스피릿항공이 제공하던 저렴한 요금에 의존했던 여행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판시했다. 또 "항공 산업은 21세기에 이뤄진 일련의 합병들로 인해 현재 소수의 그룹이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제트블루의 스피릿항공 인수 시 과점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의 4대 대형 항공사(아메리칸, 델타,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의 총 점유율은 약 80%에 이른다. 제트블루 측은 합산 점유율이 8% 미만인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이 합쳐지면 4대 대형 항공사의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반대의 판단을 한 것이다. 두 항공사 합병 시 그 규모는 미국 내에서 5번째로 커질 예정이었다.



스피릿항공의 에어버스 A320 항공기가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제트블루와 스피릿은 공동성명을 내고 판결에 동의하지 않으며, 다음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사는 "양사의 합병이 더 많은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에게 저렴한 요금과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해 정말 필요한 경쟁과 선택을 확대하면서도 우리가 지배적인 미국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하는 최고의 기회라고 계속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스피릿항공은 47.09% 급감한 7.92달러에 장을 마쳤다. 제트블루의 주가는 4.91% 상승한 5.13달러로 마감했다.


WSJ는 "이번 판결로 인해 합병을 추진하는 다른 항공사들의 거래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알래스카항공은 지난해 12월에 하와이안항공을 약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은 상태다. 알래스카항공은 법원의 판결이 자신들의 인수 계획에 차질을 추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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