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네 번째로 마련한 민생 토론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대목은 ‘자본시장 개혁을 통한 국민의 자산 형성’이다. 이날 토론회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특히 국내 증시가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과도한 세제’를 지목하며 강력한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기업의 성장과 주식시장의 발전을 통해 국민들까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상품 혜택을 늘리기로 했다. 이외에 정부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저소득층 대상 상생·민생 금융 지원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정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를 추진한다. 납입 한도는 연 4000만 원, 총 2억 원으로 기존보다 2배 확대되며 배당·이자소득세 비과세 한도는 현행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에서 500만 원(서민형 1000만 원)으로 상향한다. 국내 증시에 주로 투자하는 ‘국내투자형 ISA’를 신설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한 가입도 허용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투자소득세로 수익률이 낮아지면 해외로 투자자들이 빠져나갈 수 있고 주식시장에서 떠날 수도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할 수 있는 자본시장을 만들어 국민의 자산 형성 기회를 더 늘리겠다”고 말했다.
또 국내 주식투자 인구가 144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주식투자가 자산 형성의 주요 통로로 자리잡은 만큼 주식시장 발전이 곧 국민 자산 증가로 이어진다고 보고 자본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특히 과도한 세제로 국내 증시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했다. 당초 금투세를 2023년 시행하기로 했다가 2년 유예한 데 이어 이번에 아예 폐지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 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를 상대로 해당 소득의 20%(3억 원 초과분은 25%)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연장선에서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 세율 인하를 추진해온 증권거래세의 경우 예정대로 내리기로 했다. 지난해 0.2%로 낮춘 데 이어 올해 0.18%, 내년 0.15%로 인하한다.
투자자 친화적인 자본시장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고 주주총회 내실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상장사 주가가 기업가치보다 낮게 평가되는 현상을 극복하고 시장 평가를 제고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배당금 규모를 미리 알고 투자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된다.
6월 말까지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 가운데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최장 10년간 주식 거래 제한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공정 거래 척결 방안도 계속된다. 윤 대통령은 “(공매도 금지는) 총선용 일시 조치가 아니라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다시 재개할 뜻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정책 방안에는 최근 발표된 민생·상생 금융 지원 방안도 함께 담겼다. 앞서 은행권은 ‘2조 원+α’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자영업자·소상공인 약 187만 명에 1조 6000억 원 수준의 이자를 환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기타 취약 계층을 위해서는 4000억 원을 지원한다.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차주에는 3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 5~7% 대출 이자 일부 지원, 7% 이상 고금리 대출의 저금리 대환 보증 프로그램 등이 적용된다.
이외 정부는 ‘신용 사면’을 통해 약 290만 명의 연체 이력을 삭제하고 최대 37만 명을 대상으로 금융·통신 통합 채무 조정도 실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과연 우리 정부가 계속 이렇게 할 것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국민과 약속하면 반드시 한다”며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