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가 만든 ‘위대한 개츠비’가 미국 브로드웨이에 정식 진출한다.
17일 오디컴퍼니에 따르면 4월 25일 ‘위대한 개츠비’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시어터(Broadway Theatre)에서 공식 오프닝 공연을 올린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책임 프로듀서를 맡아 1920년대 시대상 속 보편적인 정서를 환상적인 무대에 담아냈다.
국내에서는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등 유수의 뮤지컬을 제작한 신 대표가 브로드웨이의 진출을 모색한 것은 여러 번이다. 첫 작품은 2009년 미국 투어 공연을 진행한 ‘드림걸즈’였다. 미국 프로듀서 존 브릴리오와의 합작으로 브로드웨이의 문을 두드렸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후 그는 2014년 전설적인 미국 힙합 래퍼 ‘투팍’을 다룬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로 한국인 최초 브로드웨이 책임 프로듀서를 맡았고, 이듬해 ‘닥터 지바고’까지 선보였지만 모두 조기 종연되는 아픔을 겪었다. 사실상 실패였다.
이에 비해 ‘위대한 개츠비’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지난해 10월 한 달 간 이어진 프리미어 공연에서 1200석 규모의 뉴저지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를 전석 매진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1934년 극장 개관 이후 가장 빠른 티켓 매진 속도였다.
‘위대한 개츠비’는 신 대표의 작품 중 최초로 트라이아웃(시험 무대)을 마친 작품이기도 하다. 체계적인 산업 구조로 구성된 브로드웨이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은 완성도를 시험하는 관문으로, 양질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꼽힌다.
공동 프로듀서 체제였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신 대표가 단독 책임 프로듀서를 맡아 전면으로 나섰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신 대표는 "브로드웨이를 발판으로 한국 뿐만 아니라 런던·호주·아시아 등 전 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덕션으로 성장시키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작품에는 그래미상을 수상한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등 미국 현지에서 활약 중인 창작진 다수가 합류했다. 출연을 확정한 제레미 조던과 에바 노블자다는 토니상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른 베테랑 배우들이다. 다만 원작 저작권이 만료된 탓에 오는 5월 브로드웨이 공연을 예정하고 있는 또 다른 뮤지컬 ‘개츠비’를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한국 뮤지컬 제작사의 브로드웨이 진출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CJ ENM은 토니상 6관왕을 달성한 ‘킹키 부츠(2013)’를 시작으로 ‘빅피쉬(2013)’ ‘물랑 루즈!(2019)’ ‘백 투 더 퓨처(2021)’ ‘MJ(2021)’ 등 다수의 작품을 공동 제작 형식으로 브로드웨이에 선보이고 있다. 특히 브로드웨이 기획 단계부터 공동제작사로 참여한 ‘MJ’의 경우 팝스타 마이클 잭슨의 삶을 그려낸 최초의 뮤지컬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다. 프리뷰(사전 공연) 개막부터 대부분의 회차가 매진됐고, 오는 3월부터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이 예정돼 있다.
현지 프로덕션의 작품이지만, 지난해 브로드웨이 뮤지컬 ‘K팝’의 한인 작곡가 헬렌 박이 아시아 여성 최초 토니상 음악상 후보에 오르면서 현지에서 ‘한국의 색’이 통한다는 공감대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해외 진출에 필요한 자본은 마련하기가 어려운 실정이어서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병원 라이브 대표는 최근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영국에 창작 뮤지컬 작품을 준비 중인데 지원받을 수 있는 펀드가 없어 아쉬웠다”면서 “해외 진출을 위해 뮤지컬 전용 펀드가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