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옆 중국집이 왜 호황일까 [기자의 눈]

신중섭 사회부 기자

새해부터 서울 종로구에 있는 서울시교육청 본청 인근의 중국요릿집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호황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서울시교육청의 ‘넷 제로(Net Zero·탄소 배출량이 0이 되는 상태)’ 실천 선언.


시교육청이 올해 1월 1일부터 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면서 직원들이 일회용 식기류를 쓰는 배달 음식을 시킬 수 없게 되자 다회용기를 보유한 중국집에 주문을 넣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본청 직원이 800명에 달한다고 하니 상권 영향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서울시교육청의 ‘넷 제로’ 실천으로 모든 직원과 외부인은 밖에서 가져온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출입구에 설치된 보관대에 내려놓고 청사에 진입해야 한다. 오후가 되면 마치 아웃렛 상점 출입구처럼 꽤 많은 컵들이 보관대에 꽂힌다. 1층에 위치한 조그마한 카페에서도 포장 주문 시 일회용 종이컵 대신 보증금을 받고 ‘리유저블(다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준다. 얼마 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들어 보인 ‘서울 교육 주요 업무’ 자료도 이전보다 두께가 훨씬 ‘날씬’해졌다. 종이 낭비를 막고자 QR코드를 활용해 기존 200쪽가량 되는 자료를 단 4쪽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넷 제로’ 보도 자료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이 정도 변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부터 들었고 교육청 발표 전후로 정부가 일회용품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와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직원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크게 줄인 것은 물론 인근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교육청 직원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청사를 들락거리는 기자에게도 이러한 변화는 피부에 ‘확’ 와닿았다. 어릴 적부터 환경 교육을 그토록 받았음에도 텀블러나 다회용기를 쓰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는데 교육청에서 ‘체험 교육’의 힘을 제대로 느끼게 된 것이다. 교육청은 이런 방침을 다음 달 11개 교육지원청과 29개 직속 기관, 3월부터는 초중고교까지 확대 적용한다. 이를 포함해 조 교육감은 생태·환경 교육에 특히 힘을 쏟고 있다. 아이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치자는 데 누가 돌을 던지겠는가. 서울시교육청의 실험이 성공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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