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3고 현상으로 악화일로를 걸었던 벤처기업 3곳 중 2곳이 올해 경영 환경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정부 과제로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꼽는 등 올해도 여전히 자금난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벤처기업협회가 17일 560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벤처기업 2023년 경기 실적 및 2024년 경기 전망조사’에 따르면 벤처기업 39.6%는 올해 경기가 지난해 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26.1%, 경기 악화를 전망한 비율은 34.3%였다. 벤처 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내수가 부진했던 지난해보다는 올해 경영 환경이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게 나왔다.
벤처 기업인들은 특히 △내수 판매 △수출 판매 등 주요 분야에서 올해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수 판매 증가를 예상한 비중은 38.4%, 지난해와 동일할 것이라는 응답은 29.1%였다. 더욱 악화 될 것이라는 비중은 32.5%로 경기 개선에 무게 중심이 실렸다. 수출 판매는 개선 36.4%·악화 29.8%로 나타났다. 다만 투자 유치는 개선이 27.1%, 악화 27.0%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현재 벤처기업들이 당면한 주요 경영 애로사항으로 △내수 판매 부진(24.8%) △자금 사정(18.2%) △인력 확보 어려움(14.6%) 등을 꼽았다. 3고 현상으로 내수가 전반적으로 침체되고 이어지는 고금리 기조에 금융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벤처기업들이 겪는 고질적 문제인 인력 확보 어려움도 여전히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인건비 상승(11.3%), 금리 상승(9.8%), 원자재 가격 상승(8.8%)이 경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들은 올해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금융비용 부담 완화를 선택했다. 연구개발(R&D) 지원 확대와 벤처투자 등 민간투자 활성화도 주요 정책 과제로 꼽혔다. 고금리로 시설·운전자금 등 기존 대출 상환 부담이 높게 유지되면서 이 같은 응답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2023년은 세계적인 ‘SF 복합위기(스태그플레이션과 금융위기),’ 민관 벤처투자 시장 위축 등으로 기업 경영이 어려웠다”며 “올해는 사업 다변화와 신규 판로 확대 등으로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벤처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금융비용 완화,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민간투자 활성화 등에 대한 정부 정책이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