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2024 도쿄 오토 살롱 현장에서 N 모먼트를 개최, 강렬한 퍼포먼스를 과시했다. 김학수 기자
현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은 아이오닉 5 N의 드리프트 퍼포먼스를 보며 어떤 소리도, 혹은 반응도 보이지 않으며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낯선 모습이었다. 내연기관의 소리는 들리지 않으며 공간 속에 배기음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충분히 멋진 드리프트 주행이었다.
모든 주행이 끝나고 난 후 박수가 터져 나왔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박준우 상무(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실장)는 여러 감정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이러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던 기자에게도 어떤 감정이 올라왔다.
현대 NPX1 공개. 김학수 기자
새로운 도전에 나서다
지난 주말,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브랜드, N 브랜드는 일본 최대 규모의 모터스포츠 및 자동차 튜닝 관련 행사인 ‘2024 도쿄 오토 살롱(Tokyo Auto Salon 2024)’ 현장을 찾아 브랜드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의 전시와 함께 고성능 퍼포먼스 컨셉 모델, NPX1(N Performance eXperimental 1)을 공개했다.
NPX1 공개를 위해 N 브랜드의 활동을 이끌고 있는 틸 바텐베르크 상무(현대자동차 N브랜드매니지먼트모터스포츠사업부장)와 박준우 상무가 현장을 찾았으며 특히 박준우 상무는 직접 아이오닉 N의 의미와 방향성, 그리고 새롭게 공개된 NPX1에 대한 설명 등을 담당하며 ‘N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N 모먼트의 시작은 유쾌하게 시작됐다. 김학수 기자
현대차는 과거 일본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2024년의 현대차, 그리고 N 브랜드는 그 과거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완전히 다른 방향, 다른 가치, 그리고 다른 매력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음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는 현재 ‘전기차’ 중심으로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서는 모습이다. 게다가 ‘다른 일본의 차량’은 대체할 수 없는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 ‘아이오닉 5 N’이라는 650마력의 흉악한(해치백)을 내놓을 계획이니 과거의 현대차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타니구치 노부테루가 아이오닉 5 N의 스티어링 휠을 잡고 드리프트 주행을 시연했다. 김학수 기자
현대 N 모먼트
이러한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낸 모습이 바로 ‘도쿄 오토 살롱’라는 무대에서의 출사표다. 일반적인 모터쇼가 아닌, 오토 살롱의 참여는 분명 다른 의미를 전한다. 다만 그와 별개로 ‘브랜드의 전시 공간’이 생각한 것보다 작다는 점은 내심 아쉬웠다.
그러나 도쿄 오토 살롱의 출사표는 단지 NPX1의 공개, 아이오닉 5 N의 전시에 그치지 않았다. 현대는 전동화 시대의 N의 매력을 과시하는 ‘N 모먼트(N Moment)라는 시간을 마련해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차로 구현되는 스포츠카’ 그리고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가 무엇인지 과시함으로 이어졌다.
N 모먼트에 나선 아이오닉 5 N. 김학수 기자
관람객들의 기다림을 뚫고 도쿄 오토 살롱의 야외 이벤트 공간, 회색의 아이오닉 5 N이 아스팔트를 미끌어지며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확실히 여느 드리프트 차량, 혹은 대회의 레이스카에 비해 조금 더 육중하고 높은 체격을 가진 아이오닉 5 N이지만 움직임은 충분했다.
실제 강력한 출력을 앞세운 움직임이 돋보였고, 다른 차량들과 달리 ‘전기차 고유의 고요한 힘의 전개’는 이채롭게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일본의 드리프트 대회인 D1 GP가 선보인 ‘굉음 속 드리프트’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전동화 퍼포먼스의 의미’를 드러냈다.
관람객들 앞에서 아이오닉 5 N에 대한 소감을 밝히는 타니구치 노부테루. 김학수 기자
그리고 멈춰선 아이오닉 5 N에서는 일본의 유명 레이서이자 드리프트와 서킷 레이스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여러 활동을 펼치는 다니쿠치 노부테루(Taniguchi Nobuteru)가 내려 마이크를 잡고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는 내연기관 차량과는 다른 ‘고성능 전기차’만의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아가”강력한 출력, 토크를 손쉽게 다룰 수 있다”며 아이오닉 5 N과의 짧지만 특별한 주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번 행사와 별개로 서킷 등에도 만족감을 보였다는 후일담이 전해졌다.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서 활약했던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사양의 주행도 이어졌다.(드라이버: 조선구). 김학수 기자
굿우드, 호주 그리고 도쿄
타니구치 노부테루의 주행에 이어 드리프트 사양으로 조율된 아이오닉 5 N이 아스팔트 위로 내달렸다. 영국의 굿우드, 드리프 킹 ‘츠치야 케이치(Tsuchiya Keiichi)’와 함께 호주의 무대에서 드리프트 퍼포먼스를 과시했던 그 차량이었다.
드리프트 및 타임 어택 등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드라이버, 조선구(디스펙)의 손과 발을 통해 아이오닉 5 N은 더욱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고성능 전기차가 낼 수 있는 강력한 출력은 이내 더욱 짙은 연기로 이어졌다.
아이오닉 5 N 드리프트 사양의 퍼포먼스는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드라이버: 조선구). 김학수 기자
현대에게 주어진 ‘N 모먼트’ 시간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그리고 이벤트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기에 더욱 과감하고 화려한 주행을 선보이진 못했지만 N의 퍼포먼스를 과시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조금 전 타니구치 노부테루의 주행에서 조금 어색한 반응을 보였던 관람객들 역시 이제는 익숙한 듯 아이오닉 5 N의 드리프트 주행을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고, 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그 모습을 저장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TCR 재팬 시리즈에서 활동 중인 마사노부 카토 역시 아반떼 N TCR(엘란트라 N TCR)로 주행에 나섰다. 김학수 기자
이후 일본 내 TCR 대회에서 활약 중인 ‘마사노부 카토(Masanobu Kato)’가 드리프트 사양이 아닌, 스프린트 레이스를 위한 현대 아반떼 N TCR를 통해 쇼런을 하며 N 브랜드의 다양한 라인업, 그리고 퍼포먼스의 즐거움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했다.
N 모먼트가 끝난 후 더 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했다. 김학수 기자
성공적인 N 모먼트
모든 행사가 끝난 후 관람객들의 반응에 생기가 더해졌다. N 모먼트 이전에는 조금은 ‘낯선 이방인’을 보는 분위기였다면 이후에는 ‘인상적인 레이스카’ 혹은 전시품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아이오닉 5 N, 아반떼 N TCR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행을 마친 세 대의 차량을 멀리서 바라보던 박준우 상무는 무언가 감정이 올라옴을 조용히 다스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번 행사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그리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무척 뜻 깊은 수간인 것 같다”라며 “눈물나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 박준우 상무는 N 모먼트를 보며 많은 감정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김학수 기자
그리고 “어릴 적 일본의 자동차, 자동차 문화를 좋아하고 마냥 부러워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렇게 아이오닉 5 N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점이 영광스럽다”라며 “이번 행사가 일본의 현대차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자신감’과 ‘열정’을 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아이오닉 5 N 퍼포먼스 파츠를 2024년 중 선보일 계획이며 N 브랜드 전 차종의 ‘N 퍼포먼스 파츠’를 개발해 N 차량의 운전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