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남녀 불평등에 대한 불만 등으로 인해 일본을 떠나 해외에 자리를 잡는 일본인이 20년 넘게 늘고 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일본 외무성 자료를 인용해 해외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생활 거점을 옮긴 일본인은 전년 대비 3.18% 늘어난 57만 4727명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세는 2003년부터 무려 21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48.7%로 가장 많았고 서유럽이 16.9%, 호주·뉴질랜드 등 대양주가 13.6%로 뒤를 이었다.
닛케이는 이 같은 추세가 일본 경제에 대한 장기 불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오이시 나나 멜버른대 사회학과 부교수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0%는 “의료,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지속할지에 대한 우려가 일본에 계속 사는 것에 대한 우려로 작용한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남녀 평등이 이뤄지지 않은 현실도 해외 이민에 가속도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해외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 중 62%는 여성일 정도다. 오오이시 부교수는 “해외에서 국제결혼 하는 일본인 중 70%가 여성”이라며 “해외가 여성에 대한 제약이 적고 더 나은 경력을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주하는 독신 여성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녀의 교육을 위해 이주하는 육아 세대도 늘고 있다.
일본의 남녀 임금 격차는 2022년 기준 22.1%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 평균의 2배에 이른다.
닛케이는 “해외 이민의 배경으로 사회 보장 개혁이나 성평등이 개선되지 않는 일본에서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