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이후 사람이 안 보인다…이자부담·노후준비에 소비여력 뚝

밤 8시 이후 지하철 이용객↓
빚에 짓눌려 소비 여력도 제한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경제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민간소비가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점차 꺾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고물가에 가계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등으로 당초 한국은행이 예상했던 것보다 민간소비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18일 한국은행 조사국이 발표한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에 따르면 국내 민간소비는 지난해 이후 재화 소비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4분기 들어 그간 빠르게 반등하던 서비스 소비도 둔화하면서 회복 모멘텀이 약화됐다.


한은은 재화 소비가 경제활동이 재개된 이후 소비 리밸런싱과 함께 그동안의 금리 물가 상승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 서비스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살아나는 현상) 수요도 상당 부분 소진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앞으로 민간소비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 상승 기조가 본격화된 2022년부터 대출이 많은 중·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소득 대비 이자 부담이 크게 확대되면서 소비 여력 개선을 제한하고 있다.


팬데믹 충격으로 급락한 소비 성향도 반등하고 있으나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한은은 향후 소비 성향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으로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40대 미만은 가계대출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돈을 쓰지 못 하고, 60대 이상은 기대수명 연장과 노후준비 부족 등으로 저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소비 패턴도 달라졌다. 수도권 지하철 이용객 수가 출퇴근 시간을 중심으로 상당 부분 회복했으나 오후 8시 이후 야간 시간대는 여전히 회복이 더딘 상황이다. 오후 8시 이후 야간 시간대의 수도권 지하철 이용객은 2019년 11월 대비 65% 수준에 그친다.


가계 실질소득 개선 정도만 소비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가계 실질소득은 지난해 이후 기업 실적 악화와 고물가 영향으로 빠르게 악화되면서 그동안 소비 제약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올해 수출 회복 등으로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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