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청암상 3명 선정] 정세영 교수 금속 산화원리 원자 수준서 세계 첫 규명

박영도 교장 학교밖 청소년에 '제2 배움의 기회' 제공
이호택 대표 30여년간 탈북민·난민들 인권 위해 헌신

이호택(왼쪽부터) 피난처 대표, 박영도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장, 정세영 부산대 교수.

포스코청암재단이 18일 올해 포스코청암상 수상자로 정세영 부산대 광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과학상), 박영도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장(교육상), 이호택 사단법인 피난처 대표(봉사상)를 각각 선정했다.


과학상 수상자인 정 교수는 세계 최초로 금속이 산화되는 작동 원리를 원자 수준에서 규명한 물리학자다. 정 교수는 자체 개발 기술로 구리 단결정을 세계에서 가장 얇은 원자 1개 층(0.2㎚) 수준의 초평탄면 박막으로 만드는 데 성공해 학계를 놀라게 했다. 이 조건에서의 구리 박막은 상온에서 산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성과로 그동안 산화 문제로 사용이 제한돼왔던 구리가 고가의 금을 대체할 반도체 회로 소재로 새롭게 주목받게 됐다. 또 구리 외에도 철·니켈 등 산화성 금속의 부식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원자 표면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해 학계와 산업계의 큰 기대를 받고 있는 학자다. 정 교수는 퇴임을 2년 남겨 놓은 2022년 글로벌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이 같은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교육상 수상자인 박 교장은 1980년대 대학 시절 야학 교사를 시작으로 40여 년간 학교 밖 청소년들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저학력 비문해 성인들에게 제2의 교육 기회를 제공해온 교육자다. 1996년부터 수원제일평생학교 교장직을 맡으면서 불우 청소년 및 고령 성인 학습자, 다문화인, 장애인 등 총 3500여 명의 졸업생을 사회로 내보냈다. 부족한 학교 운영비 보충을 위해 사재로 6억여 원을 부담하기도 하는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운영해오며 지역사회에서 명망이 높다. 또 새로운 평생교육 방향으로 디지털 교육을 선정해 디지털 소외 계층이 방치되지 않는 ‘배움의 공동체, 삶의 공동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봉사상 수상자인 이 대표는 지난 30여 년간 탈북민과 난민들의 인권을 위해 헌신해온 사회활동가다. 1996년부터 탈북민 구출 활동과 탈북민 야학인 ‘자유터학교’를 운영하며 탈북민의 국내 정착과 교육을 지원해왔다. 1999년에는 ‘사단법인 피난처’를 설립하고 국내 난민 지원의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11년부터 난민 공동 숙소를 직접 운영하며 우리나라에 입국한 난민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나아가 법률·통역·생계·의료 등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 활동을 해왔다. 또 2013년 아시아 국가 최초로 발효된 난민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며 우리나라 인권 신장에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한편 올해 기술상 수상자는 선정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과학상(박제근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교육상(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봉사상(서정화 열린여성센터 원장), 기술상(박한오 바이오니아 대표이사) 등 수상자들에게 상패와 상금이 전달됐다.


포스코청암재단은 포스코 창업 이념인 창의·인재육성·희생·봉사 정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확산시켜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2006년부터 포스코청암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 18회째로 상금은 부문별로 각 2억 원씩 수여된다. ‘2024 포스코청암상 시상식’은 4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