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기업상장(IPO) 시장 자금 규모가 10년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국가의 금융 긴축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자금 조달 환경이 악화하며 투자자가 신중 모드로 전환한 탓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IPO 유입 자금은 1117억 달러(약 149조 6780억원)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 최근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던 2021년(약 4100억 달러)과 비교하면 70%나 쪼그라들었다. 기업 공개에 나선 회사 수도 1299개로 6% 줄어 신흥 기업에 대한 투자 의욕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닛케이는 “금융 긴축으로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해 성장 리스크가 있는 IPO에는 자금이 돌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밝혔다.
지역별로는 정부 규제와 경기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의 영향으로 아시아태평양의 유입액이 38% 줄었다. 미주에서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이 미국 시장에 상장, 52억 달러를 모으면서 전년 대비 자금 유치가 2.5배 늘었다. 다만, 이는 활황과는 거리가 멀고, 전체 금액이 2017~2020년 각 해 수준의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LSEG의 지적이다. 미국 IPO 시장에 정통한 미쓰비시UFJ의 야스이 요이치로 수석 펀드 매니저는 “탁월한 기술력으로 미래 대규모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의 상장은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리서치 기관인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미국의 미상장 유니콘 기업은 지난해 12월 기준 약 670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황이다. 그만큼 많은 우량 기업이 시황 회복을 기다리며 상장 시기를 미루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 세계 경기를 두고는 신중한 전망이 많다. 다만, 미국이 금리 인하로 돌아설 경우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미상장 기업) 급의 IPO를 비롯해 신흥 기업에 대한 자금 유입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고 닛케이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