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이어 노르웨이도…한국 등 불법 입양 놓고 파장

수십년 전 이뤄진 '불법 입양' 폭로
정부, 해외 입양 잠정 중단 검토 중
스웨덴은 지난해 한국 입양 중단

덴마크 어린이들이 2021년 4월 마르그레테 여왕의 생일 축하 행사에서 국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AP연합뉴스

노르웨이에서 해외 아동 불법 입양 실태가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불고 있다. 스웨덴·덴마크도 최근 해외 입양 축소 조치를 단행하는 등 북유럽에서 해외 입양 아동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한때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 불렸던 한국의 입양 관행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노르웨이 아동·청소년·가족부는 해외 아동 입양을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16일 노르웨이 정책 기관이 서류 위조, 법 위반, 돈벌이, 납치 등 불법적인 수단을 통한 입양 실태 조사를 완료할 때까지 모든 해외 입양을 중단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로 입양되는 아동 중 대부분은 한국, 대만, 태국, 필리핀, 콜롬비아 출신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달 초 현지 매체 VG가 불법 해외 입양 의혹을 제기한 것이 발단이 됐다. VG의 보도에 따르면 50여 년 전 한국에서 입양된 한 노르웨이 여성은 입양 기관이 친부로부터 자신을 빼앗다시피 해 노르웨이로 보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았던 또 다른 여성은 원래 모국의 병원으로 옮겨질 예정이었지만, 입양 기관이 그를 고아원으로 보내 해외로 입양시켰다고 한다. 일부 입양 기관들은 빠른 해외 입양을 위해 허위 출생증명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의 입양 기관들은 정부의 해외 입양 잠정 중단이 합법적인 단체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노르웨이 해외 입양 기관인 베르덴스 반(Verdens Barn)의 영 김 전무이사는 “정부의 (불법 입양 실태) 조사를 지지하지만 입양 중단 조치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도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노르웨이가 만약 해외 입양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면 유럽에서 단행된 것 중 가장 전면적인 해외 입양 제재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유럽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불법 입양 의혹이 우후죽순 제기되며 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덴마크의 유일한 해외 입양 단체인 DIA는 해외 입양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덴마크에서도 지난해 11월 마다가스카르 어린이 입양 과정에서 불법 돈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1970~1980년대 20만 명의 아동을 해외로 보낸 한국의 입양 실태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2021년 스웨덴은 1960년부터 1990년까지 이뤄진 해외 입양에 대해 자체 검토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에서의 아동 입양을 중단했다. 지난해 6월 국회를 통과한 한국의 국제입양법은 한국 아동의 국제 입양 절차를 국가가 직접 관리하도록 규정했는데, 스웨덴에서 한국인 입양은 사설 기관인 ‘입양센터’가 전담하고 있었다. 때문에 스웨덴 국가 기관으로 관련 업무가 이관돼야 한국인 입양이 가능해진다.


덴마크·미국·스웨덴 등 11개국에 입양된 375명이 2022년 한국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입양 관련 서류 조작 의혹 조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AP통신은 “한국의 국제입양법 시행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며 “한국은 1993년 채택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오래 전부터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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