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운용 최대주주 바뀌나…태영건설 지분 변수 부각 [시그널]

워크아웃 태영건설 자산 매각 총력
이지스운용 지분 5.2% 매물 가능성
12.3% 대신금융 매입땐 최대주주로
다른 대주주도 눈독…매각가격 변수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에 돌입한 태영건설(009410)이 비핵심 자산 매각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국내 부동산 운용사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태영건설이 보유한 이지스운용 지분(5.2%)이 매물로 나오고 이 지분을 대주주가 획득하게 되면 최대주주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지스운용의 2대 주주인 대신금융그룹(대신증권(003540) 9.2%, 대신F&I 3.1% 등 총 12.3%)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다른 대주주의 동향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는 태영건설의 이지스운용 지분 매각 시 이지스운용의 유력한 새 최대주주로 대신금융그룹을 지목하고 있다. 올 초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은 자회사 에코비트·블루원에 대한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다른 비상장 주식 등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추가 자산 매각 검토에도 착수한 상태다.


업계가 특히 태영건설의 이지스운용 지분 매각 가능성에 관심을 쏟는 것은 이지스운용의 지배구조가 수년째 불안한 상태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2018년 김대영 이지스운용 창업주가 별세한 뒤 그의 부인인 손화자 씨가 지분 45.5%를 상속 받았다. 그러나 손 씨가 경영을 포기하고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지분을 조금씩 내다팔면서 현재는 다수의 대주주가 지분을 나눠갖는 체제로 변모했다.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주주만 해도 최대주주인 손 씨(12.4%, 지난해 말 기준)를 비롯해 지에프인베스트먼트(9.9%), 대신증권(9.2%), 우미글로벌(9.1%), 금성백조주택(8.6%), 현대차증권(001500)(6.6%), 한국토지신탁(5.3%), 태영건설(5.2%) 등 8곳에 달한다.


이지스운용이 과점 주주 체제로 흘러가는 동안 경영 실권은 고(故) 김 창업주의 경영 동반자였던 조갑주 현 이지스운용 신사업추진단장이 잡아왔다. 회사의 대주주 중 한 곳인 지에프인베 역시 조 단장의 가족이 지분 90.47%를 보유한 그의 개인 회사다. 조 단장은 개인적으로도 이지스운용 지분 약 2%를 보유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특수목적법인(SPC) 가이아 1호의 보유 주식을 거의 전량 인수해 대신금융그룹이 총 12.3%의 지분을 확보했다.


대신증권이 이지스운용의 새 주인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실무적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양 사의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특히 대신증권이 부동산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어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지난해에는 대신증권 을지로 본사사옥의 매각주간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운용을 선정하고 사옥 매각에 나선 바도 있다.


대신증권이 가이아 측 지분을 매입할 당시 책정된 이지스운용의 전체 기업가치는 약 6000억 원이었다. 이때 기업가치를 적용하면 이번 태영 측 지분 5.2%의 단순 가치는 300억 원대 초반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신증권이 이지스운용의 새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당장 태영건설의 이지스운용 지분만 사들이면 곧장 국내 1위 부동산 운용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노리는 다른 대주주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태영건설의 이지스운용 지분 가격은) 300억 원보다 높게 형성될 것”이라며 “매각 측과 인수자 측 간 눈높이 차를 극복하느냐가 매각 성사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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