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원한 권익에 ‘한 발’…외국인 근로자, 사업장 변경 어려움 준다

권익위, 사업장 변경 절차 문제 판단
구제절차·변경기한 확대…개선 권고
고용부 “적극적으로 검토” 수용 시사
단, 사업장 변경 두고 노사 찬반 여전

HD현대중공업 사내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우즈베키스탄 근로자 우타벡 씨 가족들이 HD현대중공업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28일 회사를 찾았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꾸준히 제기했던 이들의 사업장 변경 신청 규제 하나가 풀릴 전망이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찬반이 크게 엇갈리는 사안이다. 현장 인력난과 근로자 권익 보호란 두 목표를 달성해야 할 정부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19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권익위는 이날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를 운영하는 고용노동부에 고용허가제 제도 개선을 2025년 말까지 권고했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근로자가 정부로부터 고용 허가를 받고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올해 이 제도로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은 16만5000명으로 역대 최대다.


권익위의 권고안 중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어려움을 던 게 눈에 띈다. 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25조는 사업장 변경 조건을 사업장의 귀책이 있을 때와 귀책이 없을 때로 나눴다. 사업장의 귀책(부당한 처우, 부실기숙사 제공 등) 시 사업장 변경은 어렵지 않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사업장의 귀책이 없을 때 사업장 변경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변경 신청기한 연장 사유는 업무상 재해, 질병, 임신, 출산으로 한정된다. 게다가 기존 사용자가 변경을 못하도록 막는 경우도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장 변경을 기한 내 마치지 못하면 출국해야 한다. 이로 인해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였다가 국내에 남기 위해 불법체류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체의 피해로도 이어진다.


권익위는 사업장 변경 신청 기한을 넘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 부여와 같은 일종의 구제안을 마련하고 신청기간 연장 사유도 넓히라고 고용부에 권고했다.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협의회가 사업장 변경 사유 갈등을 해결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도울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은 노사의 입장이 상반된다. 노동계는 2021년 헌법소원을 청구할 만큼 사업장 변경 제한 제도 자체가 사실상 강제 노동이라며 폐지를 원한다. 고용허가제 외국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입국한 날부터 3년(재고용 시 최대 9년 8개월) 동안 한 사업장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한 변경 사유가 아니라면 사용자의 허가를 얻어 3회 이상 사업장을 바꿀 수 없다. 노동계에서는 원활한 사업장 변경으로 저임금과 같은 열악한 처우 개선 문제도 해결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경영계는 현장에서 인력난이 심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요구가 더 세졌다며 사업장 변경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선다. 내국인 보다 숙련도가 낮은 상황에서 언어 소통 어려움과 숙식비 등을 감당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 마냥 근로자의 권익을 계속 높여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이다. 고용허가제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고용 관계를 기반으로 정부의 현장 수요 대응, 근로자 보호(사업장 점검 등) 등 여러 행정정이 동시에 수반된 제도다. 이런 맥락으로 헌법재판소는 사업장 변경 제한이 합헌이라고 결론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장 변경 기한 연장 사유 확대 등의 권고는 계속 요구가 이어졌던 만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