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음향·출연 강요…'우후죽순' 시상식에 신음하는 K팝

기업·방송사 등 수익만 위해 난립
관객 편의·합리적 티켓값은 뒷전
'특정 소속사 우대' 공정 논란도

K팝 시상식의 모습. 사진 제공=각 사 및 시상식

“내 인생 최악의 음향 시스템.” (뱀뱀 소셜미디어)


최근 해외에서 열린 한 K팝 시상식의 진행을 맡은 한 보이그룹 멤버의 글이 K팝 팬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그와 더불어 현지 팬덤 또한 시상식의 퀄리티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비싼 가격에 비해 떨어지는 출연진과 공연 퀄리티, 음향 등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국내 팬덤도 “국제적 망신”이라고 지원사격을 했다.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K팝 시상식들이 K팝 시장의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사들과 팬덤은 “연이은 시상식 파행이 K팝의 이미지를 떨어트리고 있다”며 위기론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업 등이 주관하는 올해 개최 예정 K팝 시상식의 수는 15~20개에 달한다. K팝 열풍에 편승해 티켓 판매로 수익을 내려는 기업들이 늘어난 탓이다.


하지만 이런 시상식들이 오히려 K팝 업계를 위축시킨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우선 시상식들은 각 기획사가 주최하는 공연과 큰 질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직 수익성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공연의 질과 음향, 관객 편의 등은 뒷전이다. 국내의 경우 티켓 가격 상한선이 있지만 해외는 그런 것이 없어 가격을 고가로 책정한다. 태국에서 열린 한 시상식의 티켓 가격은 최고 등급 좌석 기준 약 26만 원에 이르는데, 이는 연평균 소득이 1000만 원 수준인 태국의 사정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비싼 수준이다. 해외 팬덤도 “단독 콘서트가 훨씬 낫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K팝 시상식의 모습. 사진 제공=각 사 및 시상식

아티스트들의 활동에도 큰 위협이다. 유명 아티스트가 출연하지 않는 시상식은 티켓 파워가 적어 주최 측에서 엔터사 측에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출연 강요에 큰 부담을 안게 되지만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에 한 마디도 하지 못한다”며 “톱 티어 아티스트들은 이미 1년 스케줄이 짜여져 있는데 막무가내로 일정 변경을 요구한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시상식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된다. 시상식에 참여해야 상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일부 시상식은 특정 소속사에 상을 몰아주고는 한다.


수익성 자체도 의문이다. 아티스트들이 두세 곡 만을 선보이는 시상식 특성 상 팬덤이 굳이 시상식을 찾아올 메리트가 없다. 최근 해외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한 시상식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되기도 했다. 한 엔터사 관계자는 “K팝 팬덤의 특성을 모르는 주최 측이 아티스트만 많으면 티켓 파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엔터 비즈니스의 본질을 간과한 채 눈 앞 수익성에 눈이 멀어 무분별하게 시상식에 뛰어들면서 태동을 시작한 K팝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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