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제지 시세조종' 주가조작 일당, 법정서 혐의 대부분 인정

윤모씨 등 주가조작 일당 9명, 거래참여 인정
가담 정도·역할·시기 놓고 이견 보여  
"도피 중인 주범의 작은 심부름 했을 뿐"
"검찰측 부당이득 산출방식은 잘못돼
주가상승, 100% 주가조작 때문 만은 아냐"

지난해 10월 20일 영풍제지 불공정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세 조종 혐의를 받는 윤모씨와 이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영풍제지 주가조작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시세조종 일당이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다만 자신들은 현재 도피 중인 주범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며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당우증)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 등 9명과 주범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정모씨 등 2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들 중 윤씨를 비롯한 주가조작범 4명은 먼저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2월 1일 첫 공판을 진행했으며 나머지 일당의 경우 이날 처음으로 재판장에 섰다.


이날 피고인들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지만 단순히 주범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씨의 변호인은 “본인과 가족·지인 명의 계좌를 빌려 영풍제지 주식을 사고판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사건 이전에 다른 주식 관련 일을 한 적이 없는 주식 문외한인데, 처남(주범 이씨)의 부탁을 받고 구체적인 사정은 모른 채 주식을 매수·매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직원별 역할의 지정, 매수와 매도 시기의 결정, 수량의 처분 등은 이씨와 금융전문가의 지시에 따라서 이뤄졌다"며 "범행 가담 정도가 소극적이었고, 시세조종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도 양형에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공범 김모씨 측 변호인도 “피고인은 주식거래를 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면서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인식은 작년 5월 이전까지는 없었고, 4월까지는 범죄의 고의가 없는 상태에서 주식거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말해 검찰이 불공정 거래로 지목한 주식거래 전체를 시세조종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주장한 2789억원의 부당이득 역시 산출 방식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영풍제지 주식을 총 3만 8875회(3597만주 상당) 시세조종 해 2789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초 5829원(무상증자를 반영한 수정주가 기준)이었던 영풍제지는 8월 5만원대까지 올랐다. 연초 이후 10월 17일까지 주가 상승률은 약 730%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일당은 코스피 지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며 골판지 업계가 호황을 누리는 등 영풍제지 주가 상승 배경에는 주식시장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은 서면과 법리적 공방 후 생각보다 조기 종결될 수 있는 사건"이라며 속도감 있는 재판을 예고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달 21일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