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실제 금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국회의원 9명을 특정하고도 소환 일정 조율 등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소환 날짜를 두고 ‘선거 이후로 정하자’는 등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 9명을 특정했다고 알려졌다. 앞서 소환 조사를 받은 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과 이성만 무소속 의원 외에 6명이 실제 돈봉투를 받았다고 지목된 것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 대해 자세히 밝힐 수 없다”며 특정 의원 수·소환 조사 시기 등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문제는 오는 4월 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소환 일정 조율을 두고 양측 사이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소환 조사에는 응하겠으나, 시기는 선거 이후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의 경우 검찰이 소환 시기 등 협의하자는 요청에, ‘논의할 게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답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동선 파악 등 수사를 통해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되는 의원을 특정하고도 정작 소환 조사 등 강제 수사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17일 검찰 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가 정당 민주주의로 거듭나기 위한 기회가 되기 위해서는 신속·명확한 실체적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미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요청드린다”고 말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검찰이 해당 의혹의 최고 ‘윗선’으로 꼽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구속 기소하고, 일부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를 했으나 여전히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금품수수 의혹 사건의 경우 돈을 준 사람은 물론 수수한 이들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현 상황으로는 수사가 한층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소환 일정에 대해 의원·검찰 측 의견이 평행선을 걷고 있는 만큼 향후 수사가 종착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앞서 지난 4일 송 전 의원을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뇌물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재판이 내달 2일 첫 공판기일을 시작으로 막이 오르지만, 여전히 수사는 마무리되지 못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