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고 감소·중동 불안에…유가 2% 껑충

IEA, 원유수요전망 3개월째 상향
WTI 74弗대 거래…이틀째 강세
한파에 석유 생산시설 폐쇄 영향
전쟁 리스크·산유국 감산 등 변수
"올 시장 공급량 충분" 신중론도


석유 수요 증가에 공급 불안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뛰고 있다. 극심한 추위로 미국에서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고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심화하면서 유가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1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52달러(2.09%) 오른 배럴당 74.0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이틀 연속 상승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해 12월 27일 이후 최고치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22달러(1.57%) 상승한 배럴당 79.1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원유 수요 전망치를 상향했다는 소식이 유가 상승을 견인했다. IEA는 전날 월간 보고서에서 2024년 하루당 석유 수요 전망치를 이전보다 18만 배럴 증가한 124만 배럴로 올려 잡았다. 이는 지난해 수치(230만 배럴)와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놓은 전망(225만 배럴)의 절반 수준이지만 3개월 연속 상향 조정인 데다 최근 원유 공급 우려와 맞물려 불안 요인으로 부각됐다.


앞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가 정유소의 강한 수요로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EIA의 주간 보고서를 보면 이달 12일로 끝난 주(週) 원유 재고는 250만 배럴 감소한 4억 2990만 배럴을 기록했다. 특히 미국 최대 산유 지역인 노스다코타주는 극심한 추위와 운영상의 문제로 석유 생산 파이프라인의 약 40%가 폐쇄된 상태다.


여기에다 갈수록 악화하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은 유가 상승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이 예멘 후티 반군을 테러단체로 재지정하고 서로를 공격하며 홍해 사태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과 선박 위협으로 많은 해상 운송 및 물류 기업은 아프리카 주변으로 화물을 우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운송 시간과 비용 규모가 크게 늘었다. 설상가상 이란이 파키스탄 영토에 공습을 가한 직후 파키스탄이 이란 내 보복 폭격을 감행하며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는 악화 일로다. 블룸버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란과 파키스탄 대립을 포함한 중동 긴장의 관건은 이란 당국이 직접(전면) 개입하느냐에 있다”며 “이는 원유 생산을 위태롭게 하거나 전 세계 화물 3분의 1의 이동(운송)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해에서 심화하는 적대감이 석유 공급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유가를 둘러싼 전망은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기 침체로 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예상부터 산유국의 감산과 중동 리스크 등 각종 변수에 대한 진단도 제각각이다. 미국 석유 무역 컨설팅 회사 리터부시앤어소시에이츠의 짐 리터부시 사장은 “중동 지역의 혼란으로 운임과 보험료가 뛰었지만 유럽과 기타 지역으로의 운송이 지연된 것 외에는 아직 글로벌 석유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중동발 유가 압박 관측에 선을 그었다. 공급과 수요 측면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 적지 않다. IEA는 미국·브라질·캐나다·가이아나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을 고려할 때 올해 시장에 공급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올해 석유 시장에 대해 “편안하고 균형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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