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확대시행 초읽기에도 협상난항…與 "차라리 안된다고 말해라"

여야 협상 올스톱…2+2협의체 와해
野, 논의 조건으로 "보건안전청 설립"
與 "野 의지없어. 정치도의적 너무해"

이달 9일 국회 본회의 모습. 권욱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이 8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소규모 사업장 적용을 유예하기 위한 여야의 협상은 여전히 공전하고 있다. 야당은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등을 내세웠지만, 여당은 수용이 불가능한 무리한 요건을 추가한다며 야당의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기 위한 여야의 법안 협상은 올스톱됐다. 지난해 말 여야 수뇌부는 ‘2+2협의체’를 꾸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을 논의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2+2협의체 안건으로 오른 ‘전세사기 특별법’ 등 일부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소관 상임위에서 통과된 이후부터 2+2협의체는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그간 50인 미만 사업장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이달 27일부터는 소규모 사업장까지 적용이 확대된다. 중소기업계는 ‘준비 미흡’ 등을 이유로 유예를 호소해왔고, 여당을 이런 우려를 수용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을 2026년 1월까지 미루는 개정안 처리를 추진해왔다.


여야가 적용을 유예하기 위해선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현재로선 통과가 불투명하다.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법안 처리를 요청하자, 민주당은 법안 협상의 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올해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예방 직접 예산을 현재 1조 2000억 원에서 2조 원 이상으로 늘릴 것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협상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2년 뒤 시행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정부의 예산·정책 보강 등 민주당의 조건을 상당수를 수용하며 성의를 보였는데, 이에 화답하는커녕 추가 조건을 붙이면서 발목잡기를 한다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국민의힘의 한 원내지도부 인사는 “‘유예 법안을 통과시키기 않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이 확고해 보인다”며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요구도 협상의 전제 조건이지 법안 수용의 요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요구에) 저희들이 성의껏 답을 했는데 추가로 산업안전보건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차라리 ‘안 해주겠다’고 명확히 이야기를 하라. 정치 도의적으로 너무하다”고 비판했다. 본회의가 임박한 다음주 여야 원내대표가 담판을 벌이는 형태로 협상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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