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둔화하면서 유통 업계의 인력 지도가 변화하고 있다. 불황형 소비에 강한 저가형 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팬데믹 충격 이후 직원 수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마트를 포함한 전통의 유통 강자들은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업계의 헤게모니가 넘어가는 상황도 인력 지도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상반기 기준 롯데쇼핑의 총 직원 수는 2만 122명을 기록했다. 이는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기간제 근로자를 모두 포함한 수치로 기간제 근로자(58명)를 제외하면 2만 64명이다. 롯데쇼핑의 직원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는 2만 명 선이 붕괴됐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 유통 업체인 롯데쇼핑의 직원 수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3분기 2만 6563명을 기록했지만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줄어든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인력 감축 추세는 유통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기준 직원 수가 2만 3295명으로 2022년(2만 3844명) 대비 감소했다. 롯데쇼핑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2만 5779명) 이후 직원 수를 줄인 뒤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온라인 구매 의존도가 급격하게 높아진 것이 유통 업체들의 인력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이 같은 추세는 대형마트 점포 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전국 점포 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396곳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424곳)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마트가 사라지면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일자리를 잃기 때문에 인력 감축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서도 홈플러스가 다음 달 부산 서면점을 폐점하는 등 점포 수 감축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팬데믹 이후 경기 둔화 국면에서 불황형 소비가 늘면서 직원 숫자를 늘리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다이소다. 다이소는 2022년 기준 직원 수 1만 1372명을 기록해 전년(1만 203명) 대비 11.5% 증가했다. 다이소 관계자는 “아직 집계 중이나 지난해 직원 수도 늘었을 것으로 본다”며 “균일가 정책을 통해 회사 매출이 안정적으로 성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다이소의 매출액은 2022년 2조 9458억 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2조 2362억 원)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이소와 함께 팬데믹 기간 성장세를 이어간 CJ올리브영의 경우에도 2022년 직원 수가 1만 34명으로 전년(8854명) 대비 큰 폭 늘었다. 2022년 기준 다이소와 올리브영의 직원 숫자를 합치면 2만 1406명으로 유통 공룡 롯데쇼핑(2만 723명)을 넘어선다.
두 회사의 경우 대형마트와 달리 점포 숫자도 늘고 있다. 다이소의 2022년 기준 점포 수는 전국 1442개로 전년(1390개) 대비 늘었다. 경기 불황에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국내 대표 ‘1000원 숍’인 다이소가 만족시킨 결과로 분석된다. 올리브영의 2022년 기준 지점 수 역시 전국 1298개로 전년(1266개) 대비 증가했다.
온라인 시장이 커진 것도 유통 업계의 인력 지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국내 e커머스를 대표하는 쿠팡의 경우 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물류센터 운영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의 2022년 직원 수가 3만 1244명으로 롯데쇼핑이나 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인력을 추월했다.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의 구매가 온라인으로 많이 넘어가면서 인력 확충도 e커머스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다만 다른 e커머스 업체들의 경우 물류에 집중 투자한 쿠팡과 달리 운송 시스템을 외주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대규모 고용은 이뤄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오프라인 강자였던 기업들이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면서 개발자를 대거 신규 고용해 인력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다이소의 경우 지난해 말 기존 온라인 서비스를 합쳐 ‘다이소몰’로 신규 오픈하면서 관련 인력을 증원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