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중 최하위권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내 증시에 질린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증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올 들어 10여 일 남짓한 기간에 개인투자자는 미국 주식을 71억 달러 넘게 쓸어 담았다. 새해 벽두부터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는 가운데 정부의 땜질 부양책, 기업의 실적 악화 등으로 실망한 나머지 개미들이 해외로 떠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폴리코노미가 기승을 부릴 경우 이 추세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18일까지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매수액은 71억 5696만 달러(약 9조 5653억 원)에 달했다. 거래일 기준으로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지난해 연간 매수액(1351억 9009만 달러, 약 180조 6409억 원)의 5.3%를 미 주식 매수에 쏟아부은 것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1.34%, 0.28% 올라 이틀 연속 상승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가장 많은 4599억 원을 순매도했다. 4거래일 만에 매도 우위로 전환한 셈이다.
개미의 미국행 머니무브는 지난해 4분기부터 본격화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주식을 103억 5863만 달러(약 13조 8412억 원) 사들이기 시작해 12월에는 112억 4951만 달러(약 15조 316억 원)까지 늘어났다. 이달에는 보름여 만에 지난달의 57.2%를 사들인 만큼 이 추세라면 전달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증시는 연초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6.87% 하락해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꼴찌였다. 반면 국내 투자자가 선호하는 미국 나스닥(0.3%, 18일 기준)과 일본 닛케이225(6.0%)는 플러스권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해 말만 해도 추세적인 금리 인하 흐름에 연초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이제는 자금 이탈을 고민할 판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본 개미들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펀더멘털에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해외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시장 친화적인 미국 증시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사례가 두드러지면서 해외시장을 찾는 개인투자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