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퇴임했다. 2021년 공수처가 출범할 당시 “역사적 책임감”을 느낀다며 취임 포부를 밝혔던 그는 기자들과 만나는 마지막 자리에서 “공수처 역시 법과 제도의 한계 내에서 기능할 수밖에 없다”며 구조 탓을 했다. 공직자 비리 척결이라는 기대감이 무색하게 결국 ‘쓸쓸한 퇴장’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장 공백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2기 공수처’는 제도적 보완과 함께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수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처장은 1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그동안 성과가 미미하다는 비난을 말씀을 많이 들었다. 초대처장으로서 송구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이 있으니 그 결과도 지켜봐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김 처장은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부패 범죄를 척결하고 권력기관을 견제하는 소임을 다하는 수사 및 공소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검사와 수사관들이 소신껏 그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설명했다. 공수처의 제한적인 수사 범위와 기소권, 수사 인력 부족, 짧은 검사 임기 등의 문제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공수처가 3년간 직접 수사해 기소한 사건은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사건‧손준성 검사장 고발사주 의혹‧전 부산지검 검사 수사기록 위조 의혹 등 총 3건이다. 1심 진행 중인 고발사주 의혹을 제외한 나머지 두 건은 모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5건의 구속영장 청구도 모두 무위로 돌아가며 ‘5전 5패’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조사’ 논란 등 잡음도 많았다.

법조계에서는 우선 수사 경험이 많은 리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인력을 총관리하는 처‧차장이 수사 경험이 없는 법조인인 경우에 리더십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야말로 ‘수사통’ 리더가 필요하다”며 “작은 조직인 만큼 수장의 수사력이 리더십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처장의 지적처럼 검사와 수사관 증원 등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수처가 맡고 있는 수사권한과 범위에 비해 수사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파견 인력을 기존 인력 구성에 포함시키지 않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력이 부족하다고 인력만 충원시키는 것은 일차원적인 생각”이라며 “공수처가 거대 권력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