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들어온 '폐식용유로 만든 항공유'…정유사들 사업 시계 빨라진다 [헤비톡]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 통과
SAF 도입…국내 정유사들 설비 구축 나서
업계 "세액 공제 등 금전적 혜택 필요"

실증 운항을 위해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바이오항공유(SAF)가 급유되는 모습

지속가능항공유(SAF) 생산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관련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다만 법제화가 연기되면서 다른 국가보다 시장 진출이 늦은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AF 등 친환경 연료 도입을 위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는 △석유정제 공정에 ‘친환경 정제원료’ 투입 허용 △친환경 연료를 바이오·재생합성연료 등으로 명시적 규정 △친환경 연료의 개발·이용·보급 확대 및 원료 확보를 위한 정부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기존엔 정유사가 석유 정제 제품만을 팔 수 있었다면 개정안을 통해 지속가능항공유(SAF)의 원료가 되는 바이오연료, 재생합성연료 등을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다.


SAF를 생산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자 정유사들은 기존 정유 공정에 SAF 설비를 투입하거나 장기적으로는 공장을 짓는 등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S-OIL은 올해 상반기 내로 폐식용유, 바이오유 원료 등을 투입해 SAF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판매까지 추진한다. S-OIL 관계자는 “기존 원유를 정제하는 설비에 바이오 원료도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설비를 추가하는 등의 제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이를 통해 SAF 등 친환경 연료를 생산 및 실증사업을 병행하고 개정안이 시행되면 판매까지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 공장 전경.

다른 정유사들 역시 법안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추진 중인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사업법 개정안 관련 시행령, 시행규칙 등 세부 내용과 최근 바이오항공유를 이용한 실증운항 결과 등을 고려해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확대할 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K이노베이션(096770)은 2026년까지 SK울산 콤플렉스(CLX) 내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할 예정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6년 대산 공장 내 일부 설비를 수소화식물성오일(HVO) 설비로 전환해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계획 중이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바이오원료 정제시설을 2025년 2분기 내로 가동할 예정이다.


한편 세계적으로 SAF 시장은 더욱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글로벌 SAF 수요가 2025년 80억톤에서 2050년 4490억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2025년부터 자국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를 대상으로 SAF 사용을 의무화하고 미국은 SAF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도입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내의 SAF 관련 법제화가 늦었던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정유사가 자국 내 SAF 설비투자시 투자비 지원 등 과감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정유사의 국내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촉진 위해 신성장 원천기술 투자 세액공제 등 금전적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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