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 보이고 세상이 무서웠다"는 배우 최강희…무척 괴로웠다는데 [셀럽의 헬스]

MBC 방송화면 캡처

배우 최강희(46)가 연기를 잠시 쉬면서 평범한 삶을 보낸 사연을 털어놨다.


최씨는 20일 오후 11시10분 방송되는 MBC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3년 전부터 휴식기를 가졌던 일화를 공개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3년 전 쉼이 필요한 시기라 연기를 멈췄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이 뭐가 있을까 궁금했는데 고깃집에서 설거지 아르바이트를 한 뒤 정신도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과거 최씨는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우울증이 심해 술에 의존하기도 했다”며 “출구가 안 보이고 내일이 안 보일 것 같은 불안감이 오고 세상이 무서웠다”고 고백한 바 있다.


‘현대인의 질병’으로 통하는 우울증은 우울감과 무기력, 즐거움 상실, 또는 짜증과 분노의 느낌을 지속해서 유발하는 장애다. 기분, 생각 및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정서적, 신체적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심하면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때로는 인생의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우울증의 가장 대표적 유형인 주요 우울장애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우울한 기분 △흥미저하 △식욕 및 체중 변화 △수면장애 △무가치감 △피로 △자살사고 등의 증상이 최소 2주 이상 동반될 때 진단된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발표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생 동안 우울장애를 경험한 비율은 7.7%였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뜻에서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방치하면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초래할 뿐 아니라, 직업적 능력 상실과 자살로도 이어질 수 있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최근 5년간 우울증 진료 및 진료비 현황. 제공=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난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무려 100만32명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살펴보면 우울증 환자는 2018년 75만3천11명에서 매년 늘어 2021년에 91만명대로 올라섰다가 이듬해 100만명 문턱을 넘었다. 2022년 환자 수는 2018년 대비 32.8% 급증했다.


환자 수 증가에 따라 진료비도 폭증했다. 2022년 진료비는 5378억원이었다. 진료비는 2018년 3358억원이었으나 2020년(4107억원)에 4000억원을 넘어섰고 불과 2년 만에 다시 1000억원 넘게 불었다. 2018년 이후 4년 만에 2000억원가량 급증한 것으로, 증가율로 따지면 무려 60.1%에 달한다. 1인당 진료비는 53만8000원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보다 여성에서 우울증이 심각했다. 여성 우울증 환자는 67만4050명으로 남성(32만5982명)의 2배가 넘었다. 2018년 대비 증가율도 여성 우울증 환자가 34.7%에 달해 남성(29.1%)보다 높았다.


연령별로 나눠보면 20대(19만4200명)가 가장 많고 이어 30대(16만4942명), 60대(14만9365명), 40대(14만6842명) 순이었다.


일시적인 기분 변화가 아닌 우울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주요 우울장애로 진단됐을 때 가장 보편적인 치료법은 약물요법이다. 하지만 국내외 문헌에서 보고된 항우울제의 관해(remission) 도달률은 30~45% 수준이다. 약물 복용만으로 우울증상이 거의 사라지는 관해에 이르지 못하는 환자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울감을 덜어내려면 전문적인 치료와 함께 일상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주기적인 반신욕으로 심부체온을 따뜻한 물로 1.5~2도 높이면 항우울제를 복용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뇌의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나오는 것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는 우울감에서 벗어나고자 술에 의존하곤 한다. 우울증이 있으면 도파민처럼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져 무의식적으로 술을 찾는 것이다. 도파민은 기쁨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쾌락을 느낄 때 나온다.


그러나 술은 마실수록 의존하게 된다. 술을 마시면 기존에 분비되는 도파민 양이 오히려 더 줄어들어 우울증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울증을 완화하려면 자아에 대해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는 규칙적인 생활 방식을 가지며 스트레스와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울증에서 회복하면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으니 스스로 치료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픽=서울경제

항우울제 복용이 어렵거나 효과가 불충분할 때 신경조절술(neuro-modulation)의 일종인 tDCS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우울증은 전반적인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데, 특히 전두엽과 변연계의 기능저하가 두드러진다. tDCS는 이같은 생리기전에 착안해 우울증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좌측 배측전전두피질(dlPFC) 등의 부위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줘 뇌신경 활성상태를 조절해 뇌기능 향상을 돕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정신건강 정책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청년층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씩 우울증 등 정신 건강 검진을 실시하기로 한 바 있다. 또 2027년까지 국민 100만 명이 1인당 60분씩 8회에 걸쳐 전문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자살률을 인구 10만 명 당 25.2명에서 10년 내 12.6명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차원의 정신건강 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것과 더불어, 규칙적인 운동 등 개인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했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운동은 우울증을 완화하고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무슨 운동을 할지 고민이 된다면 생활 속에서 평소 관심을 가져온 종목을 정해 오랫동안 지속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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