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3년 먼저 입성해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발돋움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후배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절대 봐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하성은 20일 새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앞서 취재진과 만나 "시즌 때 만난다면 어찌 됐든 적이니까 정후가 저에게 치면 봐주는 거 없이 다 잡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의 샌디에이고 입단을 누구보다 바랐던 게 김하성이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제시하면서 KBO리그 키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한솥밥을 먹었던 김하성과 이정후는 이제 적으로 만나게 됐다.
김하성은 "정후가 저희 팀에 오기를 엄청나게 바라고 기대했다"면서도 "샌프란시스코와 좋은 조건으로 계약해서 사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스포츠 선수에게는 계약 자체가 자신의 가치"라고 강조했다. 또 "정후가 좋은 계약을 한 것에 정말 축하한다. 한편으로는 (이정후가) 동생이기 때문에 (내가) 뛰어넘을 수 있는 활약을 펼쳐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경쟁심을 숨기지 않았다.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의 올 시즌 정규 시즌 맞대결은 3월 29일(한국 시간)부터 펫코 파크에서 열리는 샌디에이고 홈 개막 4연전이다.
김하성은 이정후가 부상 없이 한다면 "한국의 이정후가 미국의 이정후 그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후가 이정후 하는' 시즌을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후와 재회는 무산됐어도 고우석(25)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된 것은 김하성에게 반가운 일이다. 김하성은 "우석이가 와서 정말 기분이 좋다. 같은 팀에 한국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생활이나 이런 데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캠프 때부터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돕고 미국 생활에 적응하도록 옆에서 돕겠다. 둘 다 올해 좋은 시즌 치렀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올해 이정후와 고우석이 '코리안 빅리거'가 되고 내년에는 키움 후배인 김혜성(25)이 빅리그 무대를 노크한다. 김하성은 "한국 선수가 MLB에 진출하는 것 자체가 기쁘다. 이제는 (이정후나 고우석이) 키움이나 LG 팬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응원을 받는 거라 좀 더 책임감을 가질 거다. 그 선수들이 잘해줘야 MLB를 꿈꾸는 후배들이 도전하고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자신부터 책임감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
샌디에이고는 FA 시장에서 아직 팀을 찾지 못한 코리안 빅리거 맏형 류현진(36)의 행선지 후보 가운데 하나로 꾸준히 거론된다. 김하성은 "현진이 형은 워낙 베테랑이고 해서 샌디에이고에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말 같이 뛰어보고 싶다. 같이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