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이자 스승…항상 그분의 지혜를 기억할 것입니다.”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이 미국 외교계의 거목 고(故)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추모식을 찾아 그의 생애와 업적을 기린다. 정 명예이사장은 2008년 미국 뉴욕에서 키신저 전 장관과 처음 만난 후 지난해까지 10여 차례 회동을 가질 정도로 오랜 시간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21일 아산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정 명예이사장은 키신저 전 장관 유가족의 초청으로 25일 뉴욕에서 열리는 추모식에 참석한다. 정 명예이사장은 키신저 전 장관의 서거를 애도하고 부인인 낸시 키신저 등 유가족을 만나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정 명예이사장은 추도문에서 “키신저 전 장관의 학문적, 그리고 지적인 업적들은 전 세계인들이 미국과 국제 질서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며 “항상 그분의 지혜를 기억할 것이고, 우리는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헤쳐나가면서 그분의 통찰력을 더욱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이사장과 키신저 전 장관의 인연은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1월 정 명예이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고 키신저 박사와 첫 만남을 가졌다. 같은 해 12월 한나라당의 한미 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다시 미국을 방문했고 키신저 박사와 조우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2009년 정 명예이사장이 워싱턴을 찾았을 때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 정재계 유력 인사 200인의 모임인 알팔파클럽에 그를 초청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2010년에는 키신저 전 장관이 한국을 찾았다. 아산정책연구원이 ‘북핵문제와 동북아시아’라는 주제로 제1회 아산 기념 강연을 개최하면서 키신저 전 장관을 초청했다. 당시 키신저 전 장관은 정 명예이사장에게 “한국은 미국의 방위 공약을 믿어도 좋다”고 말하며 끈끈한 동맹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만나기 어려워지자 정 명예이사장은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의 헨리 A 키신저 국제문제센터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 기금을 기탁하기도 했다. 마지막 만남은 지난해 1월로 뉴욕에서 오찬을 하며 한반도 문제와 국제 정세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한편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해 11월 29일 100세의 나이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세계 질서를 바꾼 미국 외교계의 거목이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부터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2명의 전·현직 미국 대통령에게 외교정책을 조언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