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한 동원된 러시아 병사의 아내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선거운동본부를 찾아가 남편을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병사 가족들의 텔레그램 모임인 '집으로 가는 길'은 모스크바에 있는 푸틴 캠프를 찾아 병사들의 귀환을 요구했다.
이들 중 남편이 2022년 10월 우크라이나 전선에 끌려간 마리아 안드레예바는 푸틴의 운동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 남편이 그곳(우크라이나)에 있어야 한다는 명령을 푸틴이 내렸다"면서 "나는 남편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명령을 그가 언제 내릴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푸틴 캠프의 한 여성이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조국을 지키고 있으므로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안드레예바는 그와 언쟁을 벌였다.
안드레예바는 "그래서 다음은 무엇이냐"라면서 "모든 것을 우리 사내들로부터 쥐어짜고 그들의 마지막 생명까지 앗아가야 하느냐. 그래서 그들이 우리에게 (팔다리가 절단된) 통나무 꼴이 돼서 돌아오고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게 뭘 돌려줄 것인가. 다리도 팔도 없는 환자를?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느냐"고 절규했다.
안드레예바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아기의 언어발달 장애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딸은 아빠가 집에 오면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된다"면서 "우리 가족의 모든 문제는 단 하나, 내 남편의 동원 해제로만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병사 가족들의 시위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한 이들의 분노와 절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최근 수 주간 모스크바와 일부 대도시에서 징집병 아내들이 남편의 귀환을 요구하는 소규모 거리 시위를 벌이는 등 러시아에서 전쟁에 동원된 남편과 아들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벌써 2년이 다 돼 가고 있고, 그해 9월 21일 푸틴 대통령의 예비군 동원령에 의해 징집된 30만 명의 병사들도 1년 넘게 돌아올 기약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러시아 정부는 예비군 복무 기간을 연장하는 등 전쟁 장기화에 따른 병력 손실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푸틴 대통령이 전체 병력 규모를 기존 115만명에서 132만명으로 15% 확대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