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때 어머니를 따라간 골프 연습장에서 처음 골프채를 잡은 성유진(24)은 2013년 불과 열세 살의 나이에 국가상비군에 발탁될 정도로 성장세가 눈부셨다. “어렸을 때 ‘커서 뭐 할 거야?’ 그러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갈 거예요’라고 했어요. LPGA 투어는 모든 골프 선수들의 꿈 아닌가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3승을 쌓은 성유진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25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시작되는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으로 LPGA 투어에 공식 데뷔한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에 당당히 ‘LPGA 선수’라는 설명을 추가한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꿈꿨던 투어에서 뛰게 돼 설레기도 하고 첫 도전이라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두근거림이 더 큰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19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성유진은 3년 동안 우승이 없었다. 데뷔 첫해 신인상 랭킹 14위, 상금 랭킹 85위에 머물러 시드전에 끌려가기도 했다. 그는 “그때는 ‘나는 평생 우승을 못하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마음을 일찍 접었었다”고 털어놓으며 “그런데 2022년에 처음 우승했을 때는 ‘나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굉장히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꿈의 무대를 향한 첫걸음은 하와이에서 시작됐다. 2022년 롯데 오픈에서 KLPGA 투어 데뷔 첫 승을 따낸 성유진은 우승 특전으로 지난해 4월 하와이에서 열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2라운드 공동 선두, 3라운드 단독 선두에 올랐던 그는 4라운드에서 연장 승부 끝에 교포 선수 그레이스 김(호주)에게 트로피를 내줬다. “그전까지는 한국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은데 해외를 어떻게 가겠느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롯데 챔피언십에서 경기를 하면서 ‘나도 해외에서 먹히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때 미국 진출을 결심하게 됐죠.”
자신감이 붙은 성유진은 첫 승을 거둔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해 5월 두산 매치플레이에서 통산 2승째를 올렸다. 또 시즌 중이던 지난해 10월 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 스테이지2를 공동 4위로 통과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11월 S-OIL 챔피언십까지 제패했다. 12월에는 Q 시리즈 최종전에서 공동 7위에 올라 LPGA 투어 풀시드를 얻었다.
성유진은 “한국에서도 시드전을 2018년과 2019년에 두 번 쳐봤다. Q 시리즈도 시드전과 마찬가지로 큰 실수만 안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한 타 한 타 정말 소중하게 쳤다. 다행히 목표로 했던 풀시드를 얻어 만족스럽다”고 했다.
올 시즌 성유진은 우승과 세계 랭킹 15위 내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일단은 LPGA 투어에서 1승을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어떤 대회도 좋겠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잘하고 싶다”고 밝힌 그는 “만약 우승을 몇 번 하면 세계 15위 안에 드는 것도 가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올여름 열릴 파리 올림픽 여자골프의 엔트리는 6월 25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 따라 정해진다. 나라별 상위 2명이 올림픽에 나가는데 세계 15위 이내 선수가 많은 나라에는 최대 4장까지 출전권이 주어진다. 성유진이 15위를 목표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성유진의 세계 랭킹은 67위. LPGA 투어 대회에서 얻은 성적에는 큰 랭킹 포인트가 주어지기 때문에 6월까지 15위 내 진입은 불가능한 미션이 아니다. 성유진은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 무대 안착과 파리행 티켓을 향한 그의 전력질주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