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상속세 개편안 가운데 하나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유산취득세 방식이 지금 같은 저출생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세 부담 감소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유산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바꾸더라도 기초공제나 배우자 공제를 크게 늘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21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예정처가 외부 연구진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공개한 ‘상속세제 과세방식별 공제제도 비교연구’ 보고서는 정부가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바꾸면서 일괄 공제를 없앨 경우 상속 세수가 오히려 656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세 부담이 증가한다는 얘기다.
상속세 공제는 기초공제 2억 원에 자녀 수 1인당 5000만 원(인적공제)을 더한 합계액 또는 일괄 공제 5억 원 중 큰 금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자녀 수가 줄어 대부분 일괄 공제를 선택한다. 여기에 배우자 상속 공제(5억~30억 원)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물려받은 재산 전체에서 5억 원을 공제받는 일괄 공제는 유산세에 어울리는 제도인 만큼 유산취득세로 전환될 경우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들이 유산을 물려받을 때 각자 받은 유산에 각각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유산취득세를 적용하면 세율을 적용하는 대상인 과세표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속인들이 내야 하는 세 부담이 일반적으로 줄어든다. 연구진은 상속 받는 자녀가 두 명 이상일 경우에는 각각 물려받은 금액에 세금을 물리는 유산취득세 전환이 이득이지만 한 명일 경우에는 오히려 유산세 체제에서 일괄 공제로 감면받는 세액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상속세 부담을 낮추려면 기초공제를 물가상승률에 맞춰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올리거나 배우자 공제를 2배로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세수는 각각 3029억 원, 6364억 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구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상속 세제를 갖고 있는 23개국 가운데 19개국이 유산취득세 구조인 데다 상속인 각자의 인적 사정에 따른 공제가 가능한 만큼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제도 전환 시 공제 금액을 함께 손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개 법무법인 광장 등에 맡긴 유산취득세 전환 검토 용역은 다음 달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부터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조세개혁추진단을 설립해 다양한 논의를 해왔다. 다만 아직 상속세 개편에 대한 명확한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는 게 기재부의 공식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