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로 예정돼 있던 이우현 OCI그룹 회장과 임종윤 한미약품(128940) 사장의 회동 성사 여부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임 사장 측이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을 중단하기 위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이후 이 회장 측이 “(회동을) 마음대로 하기는 조금 그렇다”고 언급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임 사장 측은 “이 회장과는 예정대로 만나겠다”는 입장이지만 양측 간 대립이 심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수순이 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이 “(임 사장이) 가처분을 신청해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한 데 대해 임 사장 측은 “아직까지 23일 약속에 대한 변동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사장 측은 이 회장과의 두 번째 회동에서 기업 통합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필요성과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앞서 임 사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과 만나) 기업 통합이 밀실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전체를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할 것”이라며 “또 다른 사업 옵션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두 회사는 그대로 존재하게 하되 신시장 진출, 에너지 분야 협력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말레이시아 출장 중인 이 회장이 입국 후 입장을 최종 확정할 방침인 만큼 약속이 변동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 회장이 임 사장과의 회동에 대한 생각이 바뀐 데는 가처분 신청으로 양측 간 대립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장이 당초 임 사장을 만나기로 하면서 “임 사장의 마음을 풀고 통합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언급한 것은 양 사 통합을 순조롭게 진행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임 사장 측이 17일 남동생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과 함께 수원지방법원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양 사 통합은 사실상 ‘합병’이어서 경영권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가 필요하며 통합 과정에서 이뤄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위법하다는 게 임 사장 측의 주장이다.
OCI그룹은 가처분 당사자가 된 상황이다. 법원이 임 사장 측의 손을 들어주면 양 사 통합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OCI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 경쟁력 강화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 받아 들여지면 기업 통합 계약의 효력이 정지되며 OCI그룹이 계획을 진행하는 데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OCI그룹 관계자는 “양 사 통합을 원만하게 완료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임 사장 측은 법원 가처분 신청 외에도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한 모든 방법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처분 신청 결과를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열릴 주주총회에 대비해 물밑에서 지분 연대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 지분의 9.91%를 가진 임 사장은 가처분 신청에 뜻을 같이한 임종훈 사장(10.56%)을 우군으로 확보했다. 중립 의견을 견지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1.52%) 설득에도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