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이 커지면서 대통령실이 대응 방향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김 여사와 관련한 부정적 여론이 상당한 데다 여당에서도 총선 최대 악재로 꼽히며 “대통령실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거부권 행사 여부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난제여서 이들 현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채널로 접근해 여론을 설득할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1일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과 이태원 특별법 대응 방향에 대해 “여론 추이를 살피며 다양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신년 기자회견의 일정과 방식 역시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여권 내부에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을 놓고 갈등이 증폭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김경률 비상대책위원이 김 여사의 사과를 촉구하자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이용 국민의흼 의원 등이 공개 반발했다. 대통령실도 관련 논란에 대해 ‘불법 촬영’을 강조하며 불쾌한 기색을 피력했다.
하지만 수도권 출마자들을 중심으로 “사과와 충분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갈수록 확산되는 형국이다.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 문제가 악재로 부각돼 대통령실의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층 커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19일 정부로 이송된 이태원 특별법에도 신중한 모습이다. ‘야당의 단독 처리’나 ‘야권 편향적 수사권’ 등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명분은 충분하지만 강행할 경우 국민 정서에 반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때문에 다음 달 3일까지인 거부권 행사 기한을 최대한 활용해 여론 추이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그간 네 차례에 걸쳐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지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안들이 누적되면서 연초 준비하던 신년 기자회견은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회견을 열 경우 김 여사를 둘러싼 문제는 물론 거부권 사안들에 대한 질문이 빠질 수 없어서다.
이에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신년 회견 대신 특정 방송사와 대담을 하거나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는 방식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이슈에만 이목이 집중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자는 취지다. 다만 통제된 방식은 그 자체로 논란을 키우며 여권의 지지율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회견’이 마지막이었다. 출근길 문답 형식의 도어스테핑도 같은 해 11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