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총선을 앞둔 기 싸움과 대치 정국만 지속되면서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전면 시행돼 여당이 2년 유예 법안을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적극 나서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뭉개고 있어서다. 총선이 8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게임의 룰’인 선거제 협상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려 꼼수 정치를 양산할 위성정당 방지책도 무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안을 둘러싼 여야 협상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과반 의석’인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 시행 이틀 전인 25일 본회의에서의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50인 미만 사업장들은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2년간 적용이 유예됐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준비 미흡과 인력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여당도 이에 소규모 사업장의 열악한 경영 여건을 감안해 법 적용을 2026년까지 미루는 개정안 처리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의 공식 사과 △구체적 계획과 재정 지원 방안 마련 △2년 뒤 반드시 시행한다는 정부·경제단체의 약속 등을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과 산재 예방 예산 2조 원 확보 등 추가 조건을 제시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의 눈치를 보며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외면했다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앞선 요구 조건을 들어줬더니 또다른 조건을 들고와서 협상이 어그러졌다”며 “민주노총이 반대하니 개정안을 처리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관계자는 “정부·여당이 가져오는 게 없다”면서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법이 시행되는 상황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과 비례 대표 선출 방식 등 선거제 개편 논의도 공전하고 있다. 여야 협상은커녕 민주당 내부에서도 갈피를 못 잡고 있어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도 찬성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로 당론을 모으는 듯했지만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로 최근 급격히 기류가 바뀌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최고위원들 사이에서조차 선거제에 대한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의 재표결을 두고도 야당은 총선에 활용하기 위해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 여당이 조속한 재표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카드를 꺼내들며 시간을 끌고 있다. 재표결에서 여당 공천 탈락자의 이탈표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강성희 진보당 의원 과잉 진압’ 논란과 관련해서도 규탄 결의안을 추진하며 정쟁화에 나서는 한편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대여 공세 강화를 벼르고 있다. 여야의 대치가 첨예화하면서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특별법 등 민생 법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를 다시 정쟁으로 끌고가기 위한 ‘프레임 씌우기’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한 논의에 적극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