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세계 5위인 독일의 하파그로이드가 손잡고 새 동맹을 만든다. 이를 위해 내년 2월부터 ‘제미나이 협력(Gemini Cooperation)’을 결성한다. 해운 동맹이란 해운사들이 각자 영업을 하면서도 화물 수송 등을 공동으로 하는 것이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는 공동 수송을 위해 총 290척의 선박을 동원하기로 했다. 양 사가 보유한 총 1004척의 선박(머스크 740척, 하파그로이드 264척) 중 28.9%에 달하는 규모다.
새로운 동맹의 출범으로 해운 업계의 판도 재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전 세계 해운 업계는 과거 4대 동맹(2M·G6·오션3·CKYHE)에서 2017년 3대 동맹(2M·오션얼라이언스·디얼라이언스) 체제로 바뀌었다. 이번에 제미나이 협력 체결로 기존 동맹 체제에 균열이 생기게 됐다. 머스크와 스위스 해운사 MSC가 구성했던 2M은 내년 1월 해체된다. 하파그로이드는 디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할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동맹 결성은 악화된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마무리된 뒤 해상 운임이 급락했고, 최근 홍해에서는 후티 반군 문제로 물류 대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태다. 해운 동맹은 해운사 간 과열 경쟁을 피하고 상호 미비한 항로 등을 보완하기 위해 맺어졌다.
한때 우리나라의 해운 산업은 세계를 주름잡았다. 2016년 절정에 달했던 경쟁사 간의 치킨게임 끝에 국내 1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이듬해 해운 업계가 3대 동맹으로 재편되자 HMM은 2019년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하는 등 고군분투해왔다. 하지만 디얼라이언스의 일원이었던 하파그로이드가 떠나고 2M도 내년에 해체되면 HMM은 또다시 극한 경쟁의 환경 속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해상 운송은 수출로 경제를 일군 대한민국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해운 동맹 재편은 우리나라의 경제 향배를 좌우할 빅이슈라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가 뜻을 모아 해운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