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이달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되는 것과 관련해 적용 유예 법안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KAIA는 21일 입장문에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은 미래차로의 전환 국면에서 자금 부족과 인력난을 겪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시행된다면 폐업이 증가할 것”이라며 적용 유예 법안 통과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등 11개 자동차 관련 기관으로 구성된 연합체인 KAIA는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기업 1만여 개 중 종업원 수가 50인 미만인 사업장은 94%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1월 도입 때부터 규정이 애매모호하고 처벌 위주여서 논란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간 시행한 결과 산재 예방 효과는 별로 없고 외려 사망 등 중대 사고가 늘어난 통계가 잇따르면서 실효성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법의 적용을 준비되지 않은 영세 업체에까지 강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실태 조사 결과 중소·영세 사업장의 80% 이상이 법 시행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니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가 최근 법 적용 2년 유예를 촉구하고 윤석열 대통령도 야당 측에 수용을 주문한 것이다.
영세 사업장들은 코로나19 후유증에다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대표가 처벌될 경우 대기업과 달리 사업장 폐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의 조건으로 정부의 준비 부족 사과, 재정 지원, 2년 후 반드시 시행 등 세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 장관이 국회에서 사과했고 관련 예산 편성 계획이 발표됐으며 영세 사업자들은 ‘재유예를 요청하지 않겠다’는 성명까지 냈다. 그러자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은 속이 타들어가는 중소·영세기업들의 유예 호소를 끝내 외면할 것인가. 여야는 협상과 타협을 통해 1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유예 법안을 처리하고 문제투성이 법안의 구체적 보완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