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위해 중국을 찾았다가 한중관계 악화 속에 허탕을 치고 돌아간 씨엔블루 멤버 정용화가 중국에서 단독 사인회를 개최했다. 정용화 외에도 최근 K팝 아이돌 그룹의 중국 사인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조금씩 커지면서 연내 K팝 공연 재개 기대감도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주중한국문화원 등에 따르면 21일 정용화는 베이징 힐튼호텔에서 두 번째 미니앨범 ‘너의 도시(Your City)’ 발매 기념 단독 사인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사전에 초대된 200명의 팬들과 함께 주중한국대사관, 주중한국문화원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팬들의 열기로 현장 분위기가 달아올랐고 정용화도 오랜만에 하는 팬 사인회에서인지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이었다”고 전했다.
정용화는 이날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계정을 통해 베이징 셔우두공항에 도착 후 ‘오랜만이야(Long time no see)’라는 글을 올리고 인사를 보냈다. 이어 자신의 셀카와 식사 사진 등을 업로드하며 팬들과 교감했다. 팬들 역시 정용화가 공항에 도착한 사진과 영상을 비롯해 팬사인회 현장 사진을 실시간으로 게재했다.
불과 8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돌연 취소됐던 정용화가 베이징에서 팬사인회를 개최하자 국내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정용화는 중국 유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이치이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분투하라 신입생 1반’에 출연한다는 사실이 중국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정용화 역시 며칠 후 베이징에 도착해 웨이보 계정에 공항 도착 사진 등을 올려 출연을 기정사실화 했으나 그의 출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용화는 당시 사전 허가 없이 녹화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출연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는 정용화의 출연 여부를 묻는 질문에 베이징시 라디오TV국이 프로그램 촬영이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는 내용이 유포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등으로 한중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자 일부에서 이를 문제 삼았고 당국도 출연을 불허했다는 소문이 설득력 있다는 분석이다. 정용화는 당시 나흘만에 쫓기듯 서둘러 귀국했고, 촬영했던 프로그램도 전혀 전파를 타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 중국을 다시 찾은 정용화는 비록 개인 팬사인회지만 아무런 제약없이 행사를 마치며 한한령으로 꽉 막힌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에 해빙기가 올 수 있을지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용화에 앞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팬 사인회 위주로 K팝 스타의 중국 내 활동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7월 그룹 스트레이 키즈와 르세라핌이 각각 칭다오와 광저우에서 사인회를 열었다. (여자)아이들도 작년 10월 사인회를 개최했다. 이후에도 있지, NCT 드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이 중국 본토에서 사인회 활동으로 중국 팬들과 만났다.
가수들의 중국 내 활동은 공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래퍼 마미손, 가수 겸 방송인 헨리가 각각 순회 공연과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박재범은 중국 클럽에서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 국적이 아니다. 이를 두고 한국 가수에게는 공연이 허가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작 업계에선 명문화된 관련 규정이 없다는 반응이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관계가 한국만큼이나 좋지 않은 일본 가수들도 이미 중국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며 “한국 가수들도 규정상 안 될 것은 없는 만큼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를 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중국 문화여유국은 3월 20일부터 외국 상업 공연의 신청 접수와 허가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문화여유국은 경제·사회 발전과 공연 시장의 회복을 촉진하고 인민의 정신적·문화적 요구를 충족하고자 이렇게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중국의 결정으로 한류 스타들의 중국 공연 재개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4월 이후 한중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며 연말까지 중국 무대에서 단독 공연을 통해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해 연초 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나의 해방일지’ 등을 서비스했으나 이후 추가된 드라마는 찾기 힘들었다.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한한령의 여파 속에 한국 가수들의 중국 내 활동이 사인회를 넘어 공연으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