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들이 강달러에 따른 외화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중국이 위안화 영토를 적극 확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21일(현지 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행(BOC)은 최근 잠비아의 수도인 루사카에 현지 법인을 열고 중국 위안화 거래를 시작했다. 아프리카 대륙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와 케냐 나이로비에 BOC 지점이 있었지만 중국 위안화를 직접 입출금·예금할 수 있는 법인은 잠비아 루사카 지점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잠비아의 하카인데 히칠레마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양국 간에 위안화 결제 무역을 늘리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잠비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 번째로 구리를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생산량의 대부분을 중국으로 수출한다. 잠비아가 팬데믹 이후 외화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자 중국 당국은 총 63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재조정하자고 주요 채권국에 제안했다. 이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41억 달러는 중국에 갚아야 하는 부채다.

이 같은 현상은 아프리카 내 다른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이집트는 강달러의 여파로 35억 위안(약 6500억 원) 규모의 3년 만기 ‘판다 채권(중국 정부가 외국 투자가에게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섰다. 케냐 역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0억 달러 규모의 유럽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판다 채권의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아프리카 국가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아프리카 대륙 내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자산관리 회사 FIM파트너스의 찰리 로버트슨 거시전략총괄은 “아프리카 대륙에 중국 위안화 사용을 장려하는 것은 중국의 외교정책에 있어 더 많은 유연성을 부여한다”며 “이집트와 잠비아 입장에서는 달러 리스크를 다각화하는 측면에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이들 국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은 덜 중요하고 중국 인민은행의 결정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 중 더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 중국 은행이 진출해 위안화 영향력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트 그린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아시아 프로그램 전문가는 “올해 중국과 아프리카 간 교역이 확대되면서 중국의 은행들이 아프리카에 존재감을 높여갈 것”이라며 “중국과 아프리카 간 연계성이 얼마나 긴밀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