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경쟁과 우정의 드라마로 감동을 줬던 이상화(34)와 고다이라 나오(37·일본)가 6년 전의 바로 그 경기장에서 다시 만났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22일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하 강원 2024)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강릉 스피드스케이트장(오벌)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났다. 은퇴 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간 두 사람은 평범한 친구들처럼 서로를 반겼다.
이상화 강원 2024 공동 조직위원장은 감정이 북받친 듯 “평창올림픽 때 기억이 떠오른다”며 “고다이라와 함께 서게 돼 다시 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장에 도착해 경기를 준비하는 공간을 지나쳐왔는데 울컥했다”며 “고다이라를 보면 눈물을 흘릴 것 같아서 감정을 억누르고 왔다”고 했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각각 강원 2024 공동 조직위원장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롤모델 자격으로 대회 현장을 찾았다.
고다이라도 “이 경기장에 (이상화와) 함께 서게 돼 마치 다시 선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좋은 기분”이라며 “(이)상화와 함께 젊은 선수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둘은 어린 선수들이 자신들처럼 선의의 경쟁과 우정의 가치를 배우고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위원장은 “청소년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았으면 한다. 특히 여러 가지 벽을 허물 수 있는 그런 경험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고다이라는 “내가 어렸을 때는 청소년올림픽이 없었다. 대회 현장을 방문해 어린 선수들을 응원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상화와 고다이라는 2018년 2월 18일 강릉 오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숙명의 라이벌로 꼽혔던 둘은 경기 전 말 한마디 섞지 않을 정도로 서로를 견제했지만 경기 후에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안아줬고 이 모습은 양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줬다. 올림픽 은퇴 무대에서 은메달을 딴 뒤 이상화는 많은 의미를 담은 눈물을 펑펑 쏟았는데 금메달의 고다이라는 그런 이상화의 눈물을 닦아주며 함께 경기장을 돌았다. 고다이라는 2022년 은퇴 후 현역 시절 자신이 속했던 병원 직원으로 근무하며 학생들 지도와 강연을 병행하고 있다.
고다이라는 21일 인터뷰에서도 “(경쟁) 상대가 없다면 경기는 열릴 수 없다. 선수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배우고 많은 경험을 쌓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