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불붙는 채권시장…美 우량회사채 1530억弗 발행

올 들어 18일까지 발행액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회사채 금리 하락으로 차입비용 낮아진 영향
경기 불확실성 대비해 선제 자금조달 측면도
유럽서도 2주간 285조원 채권 발행 이어져



미국의 우량 기업들이 올 들어 1500억 달러(약 200조 원)를 웃도는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유럽에서도 대규모 채권 발행이 잇따르면서 채권시장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에 차입 비용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회사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미국 투자등급 기업들은 올 들어 이달 18일까지 1530억 달러(약 203조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월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0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지난해 말만 해도 기업들이 채권 차환에 어려움을 겪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는데 간만에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는 것이다. FT는 “원래 1월은 신규 회사채 발행이 많은 시기이지만 올해는 기업들이 더욱 서두르고 있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분위기 반전의 가장 큰 이유로 회사채 수익률, 즉 차입 비용이 최근 빠르게 하락한 것이 꼽힌다. 지난해 12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됐음을 시사한 후 시장에서는 2024년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11월 연 6% 수준에서 현재 연 5.34%로 떨어졌다.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지수에 따르면 회사채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신용 스프레드(미 국채와 회사채 간 수익률 차이)는 최근 1.01%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는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채권 투자 기업 인베스코픽스드인컴의 매트 브릴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는 “회사채 발행금리가 최근 몇 달 사이에 매우 낮아졌다”며 “기업들이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하기에 적합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자들도 기준금리 인하를 앞둔 현시점이 신규 채권을 보다 저렴하게 매수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이는데 각종 시장금리는 기준금리의 추세를 따라간다. 즉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회사채 수익률이 낮아지면 회사채 가격은 비싸진다.


기업들이 혹시 모를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모린 오코너 웰스파고 우량 등급 채권 판매 책임자는 “현재로서는 모두가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을 촉발할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분야별로 보면 전체 발행액인 1530억 달러 중 3분의 2 이상을 은행 및 금융 기업들이 발행해 압도적인 비중을 보였다. 은행들은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한 지역은행 붕괴의 여파로 자금 조달을 연기했었다.


유럽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힘입어 채권시장이 불붙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유럽에서 1월 첫 2주 동안 발행된 채권은 국채와 회사채를 합해 총 1950억 유로(약 285조 원)에 이른다. 이는 전년 동기의 1780억 유로보다 약 9.5% 많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보험사 악사가 15억 유로 규모의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독일의 최대 부동산 기업 보노비아도 4억 파운드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목표액의 8배가 넘는 주문을 받았다. 통신은 “기업들이 (채권) 가격을 높이는 데 그다지 열심이지 않아 기록적인 물량에도 불구하고 소화불량의 징후는 아직 없다”며 “적어도 이달 말까지 이 같은 채권 발행 홍수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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