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주 ‘개미무덤 주의보’…톱10지수 올 20% 급락

시총 4조7000억 증발
전기차 가격 인하로 수익성 악화
배터리 원재료 리튬 가격도 급락
외인 매도폭탄…“주가 제자리 찾는 과정”

중국 전기차 업체 BYD ‘친’이 베이징 거리를 주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개인 매수세가 몰리면서 큰 폭 상승세를 기록했던 2차전지 종목 주가들이 올 들어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테슬라와 BYD 등 미·중 대표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경쟁에다 원재료인 리튬 가격 급락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게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증시에서 유명세를 탄 일부 인사들이 개인들을 대상으로 매수를 부추긴 것도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TOP10지수는 전날 220.80포인트(4.88%) 하락한 4303.85에 마감했다. 연초 5376.78과 비교하면 한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19.9% 급락했다. 시가총액은 이 기간 4조 7045억 원 증발했다.


KRX 2차전지 TOP10지수는 배터리셀 기업으로 분류되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이노베이션(096770)과 양극재 기업 LG화학(051910)·포스코퓨처엠(003670)·에코프로(086520)·에코프로비엠(247540)·엘앤에프(066970)·코스모신소재(005070), 배터리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등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SDI와 LG화학은 각각 이달 18일과 19일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올 들어 특히 2차전지 주가가 줄줄이 하락하는 것은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이 대거 매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 1위는 삼성SDI로 4050억 원을 팔아치웠다. 뒤이어 LG화학(2위·1940억 원), SK이노베이션(7위·740억 원), POSCO홀딩스(005490)(8위·590억 원) 순이었다. 코스닥에서도 순매도 2위(에코프로·520억 원)와 3위(엘앤에프·450억 원)가 모두 2차전지 종목이다.


외국인이 국내 2차전지 종목을 매도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된다. 국내 2차전지 주가가 중국 경쟁사 대비 고평가된 데다가,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가격 인하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해지면서다. 여기에 양극재 원료인 리튬 등 원재료 값 급락도 한 원인이다.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서 양극재의 가격은 하락한 반면 미리 원재료를 구입했던 양극재 기업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 최대 전기차·2차전지 펀드를 운용 중인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서장은 “일부 핀플루언서(금융(Finance)과 영향력 있는 사람(Influencer)의 합성어)와 이를 따르는 개인 매수세가 몰려 과도하게 상승한 측면이 있다”며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 격화도 주가를 짓누르고 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테슬라까지 연초부터 중국과 독일에서 가격을 인하하면서 후방 산업인 2차전지 기업의 영업 마진이 급격히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시장 전망치 대비 42% 낮은 영업이익을 내놓았다.


증권가는 단기 실적 회복이 어렵다고 본다. 황 부서장은 “당분간 2차전지 주가 상승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라며 “테슬라, BYD를 비롯한 기존 완성차 업체 간 전기차 치킨 게임이 일단락돼야 실적 반등이 가시화할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2차전지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증시도 좀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39포인트(0.34%) 하락한 2464.35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0.35% 떨어진 839.69로 장을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테마 훈풍과 반도체 종목 강세로 장 중 국내 증시는 기술적 반등을 시도했지만 2차전지 종목이 약세를 보이면서 하락 마감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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