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방화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나 주민 약 100명이 대피한 가운데 대형 참사로 번질 뻔했던 당시 23세 청년이 1층부터 13층까지 각 세대 문을 두드리며 화재 상황을 알려 대피토록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께 방화동의 한 아파트 1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는 30년 넘은 노후 아파트라 스프링클러가 없는 데다 화재 대피 방송마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아파트 주민 23세 A씨가 발 빠르게 주민들을 대피시켜 큰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아파트 CCTV에는 6층에 사는 A씨가 황급히 계단을 뛰어 내려오는 모습이 담겼다. 당시 출근을 준비하 던 그는 타는 냄새를 맡고 1층으로 내려와 119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다른 주민에게 물에 적신 수건을 건네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불이 난 14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 전 연기를 뚫고 쓰러져 있던 고령의 주민을 구했다.

A씨는 1층에서 13층까지 비상계단을 두 번 오르내리며 100여 가구의 대문을 두드렸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아파트에서 대피한 주민은 95명에 달했다.

그는 3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유언을 떠올리며 용기를 냈다고 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너는 죽을 때까지 남을 돕고 살면서 죽을 때까지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죽으라고 말씀하셨다”면서 “남을 도울 기회가 찾아온 게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