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오 회생 반대vs찬성…입장 엇갈린 채권자들

델리오 회생 절차 개시 놓고 채권자 의견 분분
반대 측 “자금 회수 위해선 델리오 영업 지속해야”
찬성 측 "델리오 사기 처벌 받아야…법적 대응 필요"

출처=델리오 홈페이지 화면 캡쳐

델리오의 회생 절차 개시를 두고 채권자들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회생에 반대하는 측은 델리오가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채권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회생에 찬성하는 쪽에선 델리오의 사업 모델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델리오의 회생 기각을 원하는 채권단은 총 207명으로, 이들은 델리오가 사업을 재개해야 채권을 갚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회생 반대 측 “자금 회수 위해선 델리오 영업 지속해야”

이번 사건은 지난해 6월 델리오가 고객 자산 출금을 막으면서 발생했다. 델리오는 고객이 맡긴 가상자산을 다시 트라움 인포테크(이하 트라움)와 하루인베스트(이하 하루)에 맡겼는데, 이들 기업이 FTX 파산 사태로 막대한 손실을 입으며 델리오도 타격을 입었다. 즉 델리오는 트라움과 하루로부터 받아야 할 돈이 있는 셈이다.


회생 기각을 요구하는 채권단 대표는 “델리오가 무너지면 트라움이나 하루에서 (델리오에) 빚을 갚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델리오의) 채무 회사들이 돈을 갚도록 하려면 회사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자 입장에선 델리오가 사업을 지속해야 자산 회수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그는 회생 심사로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부터 약 7개월 간 델리오 자산이 묶이면서, 해당 기간 동안 가상자산을 운용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증발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델리오에 남아 있는 자산이 일부 있고, 고객 자산도 가상자산 형태로 남아있다는 점도 확인했다”며 “어떻게든 자산을 찾을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손발을 묶어두는 건 합리적 선택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는 법적 행동에 나선 채권자 다수가 회생 기각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회생 찬성 측 “델리오 정보공개 비협조…사기 처벌 받아야”

그러나 회생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쪽은 델리오가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보고 법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간 델리오가 해온 영업 행위가 사기라는 판단이다. 이들 채권단(95명)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의 이정엽 대표 변호사는 “다단계 사기 사건도 보면 초기에 몇몇 사람이 채권자들을 호도해 편을 가르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다”면서 “델리오가 투자자의 투자 판단을 흐리는 행위로 가상자산을 받았다면, 사기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LKB앤파트너스는 지난해 6월 델리오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횡령 및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이 변호사는 델리오가 구체적으로 손실 현황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남아 있는 자산이 얼마이고, 제3자에게 얼마를 위탁했으며, 손실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공개해야 하는데 델리오는 여전히 이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달 안진회계법인은 델리오의 회생 개시 전 조사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는데, 자료 미비로 판단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델리오는 매일 고객 가상자산을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관리해 왔어야 한다”면서 “그간 이(연관 정보)를 모르고 있었고, 조사 위원이 조사할 때도 비밀번호를 몰라서 못하겠다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왔다”고 비판했다. LKB앤파트너스는 델리오의 이 같은 행태를 채무자 회생 법 위반으로 보고 추가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다.


이 변호사는 회생 절차가 개시돼도 트라움과 하루로부터 델리오가 회수해야 할 채권은 받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법적으로 10년에 걸쳐 갚게 돼 있다”면서 “회생이 기각되면 오히려 남아 있는 자산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며 회생 기각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정상호 대표 “변제 계약서 작성 중”…횡령 혐의 결백 주장

델리오는 회생 절차 개시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정상호 델리오 대표는 “이형수 하루 대표가 나타나지 않아 하루와 소통을 못하고 있지만 트라움과는 계속 대화하며 변제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금 회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정 대표는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여태 검찰에서 대표 소환도 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본인이) 자산을 은닉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지난 해 7월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검찰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정엽 변호사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영업 방해, 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면서 “델리오 관련 모든 정보는 이미 회생 법원에 다 제출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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