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도 억울했나…'등산로 살인' 최윤종 “피해자 때문에 살인자 됐다”

서울 관악구의 한 등산로에서 모르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다 살해한 최윤종(30·붉은 원). 연합뉴스 보도화면 캡처

서울 관악구의 한 등산로에서 처음 보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고 살해한 최윤종(31)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가운데 “피해자 때문에 살인자가 됐다”는 취지로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피해자의 오빠 A씨는 지난 18일 jtbc ‘사건반장’에 출연해 “판사님이 유족한테 할 말이 없냐고 해서, 저는 최윤종이 ‘죄송하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최윤종이) 자기는 잘못이 없고 제 동생이 반항을 많이 해서 일이 커졌다고 얘기하더라”며 “최윤종이 법원에서도 피해자 탓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자기는 그냥 성폭행 한번 하고 기절시킬 생각이었는데 피해자가 반항을 심하게 해서 죄를 안 저지를 수 있었는데 큰 죄를 저질러 억울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최윤종은 정말 억울해 했던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최윤종이 변호사 접견을 할 때 사형이나 무기징역 중 하나를 선고받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서는 ‘그럼 제가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성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으니 그렇게 얘기한 것 같다"며 "성범죄 처벌 수위가 더 높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억울해서일까. 최윤종이 재판 과정에서 불량한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지난해 8월25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몸을 꼬거나 비딱하게 앉아 있었다. 심지어 가끔씩 한숨도 푹푹 쉬면서 머리 뒤쪽으로 손머리를 한 채 진술했다”며 “아주 진정성 없는 태도를 보여 보다 못한 재판장이 ‘똑바로 앉으라’고 주의를 줬을 정도”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여름 방학 때 사고 나기 며칠 전 왔다 가면서 추석에 보자고 했는데, 며칠 사이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왔다. 우리 딸 못 보낸다”며 “아직 영정 사진도 한 번도 안 봤다. 보낼 수가 없다. 지옥도 이런 지옥이 없다”고 울먹였다.


피해자의 삼촌도 "피해자의 모친은 지금 아무 생활을 못 하고 있는데, 재판 과정 중 최윤종은 막 싱글싱글 웃더라"면서 "형량이 너무 약하다"고 토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윤종에 대해 지난 22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은 사형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방법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범행 대상을 몇 달간 물색하다 피해자를 발견하자 (피해자의)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했다”며 “피해자가 격렬히 저항하자 목을 감은 상태로 체중을 실어 피해자의 몸을 누른 점 등에 비춰보면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공개한 신림동 성폭행 살인범 30세 최윤종. 사진 제공=서울경찰청

이어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고,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다”며 “유족 또한 치유될 수 없는 고통에 빠졌고 아직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의 사형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상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 혐의의 경우 사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재판부는 “최윤종이 범죄 전력이 없는 점,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타인과 교류하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수년간 생활한 점, 우울증과 인격장애 등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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