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5일 독일 동부의 소도시 포츠담의 한 호텔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 극우 인사들의 비밀 회동이 열렸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정치인 4명을 포함한 22명의 참석자들은 이 자리에서 이민자 출신 독일 시민과 망명 신청자 등 수백만 명을 독일 밖으로 재이주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AfD가 집권할 경우 어떻게 계획을 실행에 옮길지도 거론됐다. ‘재이주’는 이민자 강제 추방·귀환을 의미하는 극우 진영의 용어다.
이달 10일 탐사 보도 매체 코렉티브가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자 독일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이 회동이 1942년 1월 20일 열린 ‘반제 회의’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나치 독일 간부들이 베를린 외곽 반제 호숫가의 별장에서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 즉 홀로코스트를 결의한 회의다. 이달 13일 뒤스부르크에서 시작된 독일 시민들의 AfD 반대 시위는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주최 측에 따르면 약 100개 지역에서 총 140만 명의 시민들이 ‘나치 퇴출’과 ‘AfD 해산’을 요구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 정치 지도자들도 시위에 동참했다고 한다.
AfD는 2013년 반(反)유로 기치를 내걸고 설립된 정당이다. 극단적 반이민·반무슬림 노선으로 급진화하면서 옛 동독 3개 주를 중심으로 지지 기반을 넓혀 2017년에는 독일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2021년 선거에서는 연방의회 의석수 83석의 5위 정당에 머물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존재감이 더 커져 현재는 지지율 20%를 넘는 제2 정당으로 올라섰다. 올해 9월 치러질 옛 동독 3개 주 선거에서는 최초의 주 총리를 배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신들은 AfD의 급부상에 위협을 느낀 독일의 ‘침묵하는 다수’가 민주주의 수호와 극우 정치 저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극단 정치를 키우는 것도, 막아내는 힘을 가진 것도 결국 국민들이다. 우리 유권자들도 4월 총선에서 혐오 정치와 정치 실종의 혼란을 끝내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