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블랙홀된 상급종합병원…작년 3분기 급여비 점유율 20% 육박 ‘역대 최고’

요양급여 85조원 중 17조원 쏠려 양극화 심화
“의료체계 개편, 의대정원 확대 동시 추진 해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전경. 연합뉴스

환자들이 지불한 의료비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한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진료 쏠림현상을 완화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추진 중인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필수의료 강화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3년 진료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환자들이 지불한 전체 요양급여 비용 85조3556억원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에서만 16조9568억원이 사용됐다. 전체 의료기간 가운데 상급종합병원 점유율이 19.8%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요양급여비용 증가율은 전년 대비 45.8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의료기관의 의료급여비용 평균 증가율이 13.39%에 불과하고 종합병원(6.85%), 병원(1.67%), 의원(7.07%), 한의원(7.51%) 등도 10% 미만의 증가율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의료급여비용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코로나19 때 잠시 주춤했다가 지난해 3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연도별 점유율은 2019년 17.4%, 2020년 17.5%, 2021년 18.1%, 2022년 16.8%, 지난해 3분기 19.8%로 집계됐다. 상급종합병원이 전체 의료비 증가를 견인하고 의료기관 점유율을 잠식해가면서 다른 의료기관의 점유율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전체 상급종합병원 45개 가운데 수도권에만 28개의 병원이 몰려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는 총 14개 상급종합병원이 있고 이 가운데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아산병원에 지방환자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며 블랙홀처럼 환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더구나 이들 병원들은 앞다퉈 수도권에 분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의료기관 개설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등 병상 수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 중인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설립 허가가 난 병원에 대해 소급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마찬가지” 라며 “의대정원 증원도 10년 후에야 전문의가 탄생하는 대책이기 때문에 응급실 뺑뺑이,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 등을 차단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편안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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