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신한자산운용이 1년 만에 업계 8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시장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지만 월배당, 소부장(소재·부품·장비) ETF로 연타석 흥행몰이를 하며 순자산을 2조 원 가까이 불렸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순자산을 2배 가까이 늘리며 삼성·미래에셋 ‘양강’ 체제였던 ETF 시장에 지각 변동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23일 코스콤에 따르면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17일 ETF 순자산총액 2조 7770억 원을 기록해 한화자산운용(2조 7752억 원)을 제치고 업계 5위에 올랐다. 신한운용이 ETF 시장에서 한화운용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신한운용은 5위 자리를 놓고 한화운용과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고 있다.
신한운용은 1년 전만 해도 업계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다. 순자산은 8099억 원으로 7위 NH아문디자산운용(1조 4260억 원)과 두 배 가량 차이가 나는 8위였다. 점유율도 1%가 채 되지 않았다. 업계 선두보다는 9년 가량 늦은 지난 2021년에야 ETF 전담 조직을 만들었을 정도.
하지만 지난해 ‘SOL 미국배당다우존스’와 2차전지·반도체 등 테마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시리즈를 히트시키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SOL 미국배당다우존스는 국내 최초 월배당 ETF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1년 동안 모은 자금만 3300억 원에 이른다.
반면 같은 기간 비슷한 규모의 한화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은 총 순자산을 각각 9481억 원, 8699억 원, 3874억 원 늘리는 데 그쳤다.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 역시 순자산을 3조 3949억 원에서 6조 원까지 2배 가까이 늘렸다. 그 결과 3위 KB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도 4%포인트대에서 2%포인트대까지 좁혔다. 2021년 말 삼성자산운용 출신 배재규 대표를 영입한 뒤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중·소형사들이 파이를 늘리자 과점 체제였던 ETF 시장 구도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합산 80%가 넘었던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1년새 77%대로 하락했고 3위 KB자산운용의 점유율도 8.21%에서 7.83%으로 줄었다. 대형 운용사들은 바짝 긴장의 고삐를 죄는 상황이다. 신한운용의 상품이 흥행한 이후 미래에셋운용, 한투운용 등에서 비슷한 구조의 상품을 선보이고 있고, 미래에셋운용은 아예 업계 최저 수준인 0.01%의 수수료율을 내세운 상태다.
운용사들은 ETF를 공모펀드의 유일한 대안으로 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에만 순자산이 79조 원에서 121조 원으로 급증했다. 공모펀드 설정액이 지난해 약 16년 만에 100조 원 밑으로 추락한 것과는 대비된다.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시장에 신규 진입한 현대자산운용·BNK자산운용에 이어 지난해 12월 IBK자산운용와 트러스톤자산운용도 첫 상품을 출시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다만 ETF 자체가 수수료율이 낮은 상품인 만큼 규모의 경제를 이룰 때까지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현재 ETF 사업에서 흑자를 내는 곳은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두 곳에 불과하다. 자산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순자산이 10조 원은 돼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본다”며 “당장은 치킨게임을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 지 불투명하다”고 짚었다.